박찬구, 주총 표 대결서 ‘조카의 난’ 진압..갈등의 불씨 남아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왼쪽)과 박철완 전 상무. [중앙포토]

‘조카의 반란’은 또다시 실패로 끝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되풀이된 금호석유화학 내 삼촌과 조카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삼촌인 박찬구(74) 금호석화 회장이 조카이자 개인 최대주주인 한 박철완(44) 전 금호석화 상무에게 완승했다.

금호석화는 25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당초 오전 9시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참석 주주와 의결권 위임, 검표 작업에 시간이 걸려 1시간 30분 늦게 개회했다. 전체 의결권 주식 수 약 2504만7000주 중 출석한 주식 수는 약 1705만7000주(약 68.1%)였다. 주총 현장에는 약 70여 명의 주주가 직접 참석했다.

이번 주총에선 박 전 상무가 이익배당,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을 두고 별도의 주주제안을 제출해 박 회장의 회사안과 맞붙었다. 표결 결과 이익배당 안건에서는 회사안(보통주 1주당 1만원)이 68.6%의 찬성률로 최종 의결됐다. 박 전 상무가 제안한 배당안(보통주 1주당 1만4900원)은 31.9%의 찬성률로 부결됐다.

사외이사 안건에선 회사가 추천한 박상수 경희대 명예교수, 박영우 환경재단 기획위원 선임 안건이 71%의 찬성률로 의결됐다. 박 전 상무가 제안한 안건은 29%의 찬성률로 부결됐다. 감사위원 선임 안건 역시 72.6%의 찬성률로 회사가 추천한 박상수 경희대 명예교수가 최종 선임됐다. 이날 주총은 개회 후 1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표 대결서 30%p 이상 격차…국민연금 표 주효

박 회장과 박 전 상무 측 지분율 차이는 5% 미만이다. 박 회장 측은 본인 지분 6.73%에 아들 박준경 부사장(7.21%), 딸 박주형 전무(0.98%) 지분을 합해 총 14.92%를 보유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지분 8.58%를 보유하고 있고,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지분율은 10.22%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형인 고(故)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1남 3녀 중 외아들이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이날 여러 안건에서 3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승리했다. 여기엔 국민연금의 찬성표가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금호석화의 지분 6.82%를 보유 중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이익배당 안건에 대해 “향후 중장기 투자 계획 등을 고려할 때 금호석화 이사회가 낸 이익배당 안건이 더 적정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사회 교체 시 회사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을 소액주주들이 우려했다는 말도 있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주총 때도 배당,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에 관한 주주 제안을 냈지만 표 대결에서 밀렸다. 박 전 상무는 이후 ‘충실 의무 위반’ 등의 이유로 금호석화에서 해임됐다.

금호석유화학 지분구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박 전 상무 “필요하면 임시 주총 소집할 것”
주총 이후 박 전 상무는 공식 입장문을 내 “제가 부족한 탓에 대다수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승부를 떠나 국민연금이 현 경영진의 법적 책임, 불법 취업 상태 등 고려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회사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아 성원을 보내주신 개인주주의 표를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이 불법 취업 상태에서 작년 상반기에만 38억원이 넘는 연봉을 수령하는 것 역시 회사의 임직원들과 주주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배당금은 약속드린 대로 연결 기준 30%를 향후에 계속 제안할 것”이라며 “회사가 발표한 1500억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내년 주총을 앞둔 시점에서가 아닌 올해 안에 실행되길 회사 측에 요청한다”고 했다.

박 전 상무는 “이번 주주 제안으로 건전한 주주 문화 실현 가능성을 증명하는 작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며 “필요하면 임시 주총을 소집해 주주 의사를 대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사가 약속한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가 실행되는지 계속 주시할 것”이라며 “계속해서 자사주 장기 보유, 과소 배당 등 비친화적 주주환원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최대주주로서 책임에 최선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에도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는 셈이다.

경영 승계 관련 주주 질문에 백종훈 대표 “금시초문”

한편 이날 주총에선 소액주주들의 질문 공세도 눈길을 끌었다.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 자사주 소각 생각이 궁금하다. 탄소나노튜브도 주주에게 설명해달라. ”(주주 정모씨), “건자재 전략과 우크라이나발 원가 관리 계획을 듣고 싶다”(최모씨), “음극재 바인더 관련 보도, 중국 자동차 타이어 교체 주기 보도가 있던데 사실이냐, 언론플레이냐”(이모씨)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금호석유화학이 25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사진 금호석유화학]

이에 대해 백종훈 금호석화 대표는 “주가에 대해선 죄송하다”며 “라텍스라는 전 세계 1위 품목 판매가 좋았음에도 주가 반영이 안 됐다”고 해명했다. 자사주 정책에 대해선 “(소각목적 자사주 매입금액인) 1500억원이 적다는 의견이 있는데 장기 투자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지켜봐 달라”고 언급했다. 탄소나노튜브(CNT)에 대해선 “앞으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원가 관리 계획에 대해선 “상승된 원료 가격을 제품 가격에 연동시켜 차익 부분을 해소 시켜 나가려고 하는 데 시차가 있어 손익이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2분기에는 만회하려고 할 거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수출하던 합성 고무는 수출 규제로 거꾸로 유럽 고객이 우리에게 물량 문의를 하고 있어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한 주주는 “주가가 부진한 이유가 경영 승계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인식이 많다. 해명할 부분이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백 대표는 “금시초문이라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 사실과 전혀 무관한 이야기 같다”며 “시중에 떠도는 단편적인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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