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노동조합 아니라면서 ‘노사 자율’로 풀어야 할 문제?

“(정부가) 너무 노사 문제에 깊이 개입하게 되면 노사 간에 원만하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그 역량과 환경이 전혀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노사 자율’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대통령이 화물연대 사태를 정확히 보고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번 사태는 일반적인 노사문제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말은 화물연대를 단체교섭의 주체로 인정하고, 파업 요구인 ‘안전운임제 유지·확대’가 단체교섭 사항일 때나 맞는 말입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우리 노동조합법이 ‘노사 자치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건 맞습니다.

노동조합법 48조는 “노동관계 당사자가 단체교섭의 절차와 방식을 규정하고, 노동쟁의가 발생할 때는 자주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이 같은 ‘자주적 조정’을 도와, 노동쟁의의 신속·공정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데 그칩니다.(노동조합법 49조)

이 노사 자치주의는 어떻게 실현될까요?

바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단체교섭’을 통해서입니다.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의 정당한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거부하는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하는 것도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화물연대를 단체교섭의 주체, 즉 노동조합으로 보고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교통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런 정부 시각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파업이 아니라, 집단운송거부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집단운송거부’는 해법이 아닙니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철회를 촉구합니다.
– 2일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제목 –

노동조합법을 적용하는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고, 운송 사업자 등록증을 가진 사람들의 임의 단체로 봅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어제 주요 기관장 회의에서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면서 집단운송거부를 지속하여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처럼 정부가 화물연대를 단체교섭의 주체인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사 자율로’, 즉 단체교섭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은 모순인 측면이 있습니다. 또 정부가 화물연대를 단체교섭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마당에 화주 단체인 화주협의회가 나서서 교섭을 제안할 리도 없습니다.

정리하면 노사 자치주의는 적어도 단체교섭이 이뤄지는 노사관계 당사자 간에나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단체교섭에서 주체의 정당성만큼이나 중요한 건 교섭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교섭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 법이 정해놓은 것은 없습니다. 다만, 법원이 노동조합법의 해석을 통해 일반적 기준을 내놨습니다. ① 구성원인 근로자의 노동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 또는 단체적 노사관계의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②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이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됩니다.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 요구사항은 ‘안전운임제 유지·확대‘입니다. 이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화주협의회가 교섭에 응하더라도 화주협의회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 자체가 아닙니다. 의무적으로 교섭에 응해야 할 사항이 아닐뿐더러 응하더라도 어떻게 해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어제 이런 말을 뒤에 붙이기도 했습니다. “화물연대 운송거부는 안전운임제 등 정책적 사항이 주된 쟁점이어서 통상의 노사관계와 다르다.” 화물연대 파업은 정책의 문제이고, 따라서 정부와 국회가 책임있게 대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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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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