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희롱·성추행은 사과하면 끝?..’권력형 성폭력’ 또 눈감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연합뉴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대학에서 제자들을 성희롱 한 사실이 드러나자 대통령실은 당사자가 직접 사과하는 선에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앞서 여직원이 피해자로 지목된 성추행 사건이 불거지자 얼렁뚱땅 사과하고 무마했던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의 전철을 밟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피해자 입장에서 처벌을 외치기 어려운 ‘권력형 성폭력’을 눈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송 내정자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시절인 2014년 여학생들 ‘외모 품평’을 했던 전력이 드러나자 직접 사과하는 선에서 문제를 봉합하려는 데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대 학생인권단체인 ‘권력형 성폭력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대인 공동행동’ 권소원 대표는 “로스쿨은 전문대학원 특성상 (대학원) 일이 직업 풀에도 직접적으로 연관돼 즉시 공론화 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졸업 후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사건 발생 당시 정식으로 학교에서 이의제기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의 태도는 공직자로서 자격을 의심케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대학원생 총학생회 전문위원인 A씨도 “(송 내정자 사건은) 흔히 볼 수 있는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사건”이라며 “문제제기를 하는 순간 피해자가 감당해야 하는 위험이 크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도 부족해 공론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이 송 내정자 지명을 강행하면서 “당시 참석자들에게 사과했고 그것으로 일단락된 사안으로 학교의 별도 처분이 없었던 점을 고려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쓴소리가 나왔다. 서울의 한 사립대 대학원생 B씨는 “대학원의 경우 졸업과 논문 지도에 (교수가) 불이익을 줄 수 있어 신고를 하기가 쉽지 않다”며 “수업 시간에 ‘신고할 게 있으면 나한테 먼저 말하라’며 으름장을 놓는 교수도 있었다”고 했다.

실제 이 사건 발생 당시에도 학생들이 학내에 대자보를 게재하는 방식으로 송 내정자의 성희롱 발언을 규탄하려고 했으나 송 교수와 로스쿨 학장단이 사과하면서 학교 측에 징계 처분 등을 요구하지는 몾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내정자가 “학생의 외모를 칭찬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한 것을 두고도 무감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교수의 제자 외모 평가가 권력우위에서 비롯된 폭력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윤리적 검열이나 검토의 대상이 아니며 품평 자체를 문제시 할 이유가 없다는 관점”이라며 “(교수로서) 위계를 의식할 일이 없음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했다.

폐쇄적인 학문 공동체에서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수의 폭력에 저항하기 쉽지 않은 현실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언론 보도를 통해 공론화된 대학원생 폭력·인권침해 사건은 총 145건으로 이 중 성희롱·성추행과 폭언·폭행이 5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연구원이 2019년 대학원생 63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인권침해 발생 원인으로 ‘문제 제기가 어려운 교수, 본부 등의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분위기(27.1%)’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 인사검증 과정에서 성비위 전력이 확인됐음에도 걸러지지 않은 것을 두고 ‘성평등 백래시’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공직에 거명된 이들 가운데 성비위 전력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윤재순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도 검찰 재직 중 성추행 전력이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았지만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성별로 편향돼 있고 여성 피해자를 양산하는 사회 문화와 제도를 기본으로 두고 남성 가해자의 시각에서 공직 인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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