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석 채광지가 ‘무릉별유천지’로.. 탈 것, 볼 것 천지

강원 동해

지난 5일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무릉별유천지’. 국내 최대 규모의 석회석 채광지인 이곳은 오는 16일 복합 체험 관광지로 변신을 마치고 정식 개장한다. 면적은 107만㎡(32만4000여 평). 하늘 아래 경치가 최고 좋은 곳으로, 속세와 떨어져 있는 유토피아를 의미한다는 뜻에서 무릉별유천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40년간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을 채굴한 거대한 웅덩이에 물이 차오르며 에메랄드빛 호수를 이뤘다. 오는 16일 복합체험관광지로 문을 여는 강원도 동해시 무릉별유천지다. 왼쪽이 금곡호, 오른쪽이 청옥호. 한국 근대화를 견인한 ‘시멘트 도시’ 동해시가 체류형 관광 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270m 절벽에 세운 두미르 전망대에 올라서자 에메랄드 빛이 감도는 호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석회석 채석 과정에서 만들어진 인공 호수다. 청옥호는 호수 면적이 12만5000㎡, 금곡호는 3만㎡나 된다. 수심은 5m에서 깊은 곳은 30m에 이른다. 심은정 동해시청 팀장은 “채석 과정에서 생성된 웅덩이에 물이 차오르며 호수가 됐다”면서 “석회 물질이 물에 녹아 푸른 빛깔을 띤다”고 했다. 너른 호숫가를 휘감은 탐방로를 따라 울긋불긋 물든 낙엽송이 이국적 분위기를 냈다.

◇40년 석회석 채굴하던 폐광지

무릉별유천지 부지에선 지난 1978년부터 2017년까지 40년간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을 채굴했다. 채굴이 끝나 황량해진 이곳은 자연 녹지로 복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동해시는 웅장한 석회석 절개지와 푸른빛 호수의 아름다움을 눈여겨봤고, 관광 자원으로 재탄생시켰다.

강성국 동해시청 담당관은 “폐광산을 흙으로 덮고 나무를 심더라도 본래 모습으로 되돌리기는 불가능해 복구 계획을 변경했다”며 “석회석 폐광지를 관광지로 재개발한 국내 첫 사례”라고 했다.

무릉별유천지에선 스카이 글라이더와 알파인 코스터, 오프로드 루지, 집라인 등 다양한 놀이 시설을 체험할 수 있다. 독수리 모양을 한 스카이 글라이더는 777m 거리를 시속 70㎞의 빠른 속도로 활강하는 시설로, 국내엔 처음 도입됐다. 세 바퀴 차인 마운틴 카트를 타고 호수 옆 비포장 절벽길을 질주하는 오프로드 루지, 구불구불한 레일을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롤러코스터 집라인에선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석회석을 잘게 부스던 쇄석장은 본래 모습을 남긴 채 전망대와 안내 센터로 새로 꾸며 근대 산업의 유산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시멘트 도시’의 변신

과거 동해시는 한국 근대화를 견인한 ‘시멘트 도시’로 통했다. 지난 1968년 동양 최대 규모 시멘트 공장인 쌍용양회 동해 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뒤 이곳에서 생산한 시멘트가 북평항 등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 수출됐다.

지난 2014년 심규언 동해시장이 취임하며 동해시는 관광으로 눈을 돌렸다. 한곳에 머무르며 휴식하고 즐기는 체류형 관광을 화두로 삼았다. 동해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입히고, 젊은이들이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체험 시설을 대폭 확대했다. 무릉별유천지가 그중 하나다.

◇59m 높이 스카이워크선 동해가 한눈에

동해시는 지난 6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를 선보였다. 도째비는 도깨비의 방언. 묵호 등대 인근 비탈면 공간을 활용해 만든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개장 이후 지금까지 13만여 관광객이 찾았다. 59m 높이의 스카이워크에선 탁 트인 푸른 동해 풍광을 한눈에 내다볼 수 있다. 계곡을 잇는 한 가닥 철제 케이블 위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스카이 사이클, 누운 채 원통형 미끄럼틀을 타고 27m 아래로 빨려 들어가듯 고속으로 하강하는 자이언트 슬라이드도 있다. 해랑 전망대에선 바다 위 파도 너울을 발아래서 느낄 수 있다.

스카이 글라이더 – 독수리 모양을 한 무릉별유천지의 스카이 글라이더. 시속 70㎞로 활강한다. /동해시

오는 24일에는 망상 오토캠핑 리조트가 다시 문을 연다. 지난 2019년 4월 동해안 대형 산불로 불에 타 잿더미로 변한 곳이다. 동해시는 통나무 집과 다세대 콘도형 숙소 건물을 개성 있는 7가지 단독 숙소로 꾸몄다. 산불 피해를 당한 나무를 활용해 해안 생태관도 조성했다.

총연장 1.6km의 해안 산책로인 ‘한섬 감성 바닷길’은 군 경계 철책을 걷어내고 올해 말 일반에 공개한다. 파도에 침식돼 생긴 기암괴석, 석회암 지대의 깊은 구멍 사이에 남아 있는 암석 기둥 등 천혜의 지질 경관을 만날 수 있다.

심규언 동해시장은 “새롭게 선보이는 무릉별유천지 등 앞으로 강원도의 관광 지도가 동해시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차별화된 관광 요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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