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워놨던 차에 들이받은 자전거, 되레 피해자라고 우깁니다 [김수현의 보험떠먹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딸아이가 먹고 싶다던 치킨을 사기 위해 도로변 주차선 안에 잠시 차를 세운 50대 김모씨는 음식점에서 나오자마자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뽑은 지 3개월밖에 안 된 자신의 차를 바라보며 넘어져 있는 한 남성과 그 옆에 쓰러진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자신의 차 뒤쪽과 옆쪽을 확인한 김씨는 길고 굵게 그어진 회색 선에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10년간 차곡차곡 모아온 용돈 5000만원으로 큰맘 먹고 지른 결과물이 한순간에 망가졌다는 생각에 멍하니 차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김씨는 60대 남짓으로 보이는 자전거 운행자의 뻔뻔한 언행에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자전거 운행자가 오히려 김씨에게 왜 차를 아무 곳에나 놓고 다니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기 때문입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의 상처를 보이며 피해자인 듯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보험사를 부르고 휴대전화로 교통사고 보상 처리에 대해 검색하던 김씨는 자전거와의 충돌 사고에선 자동차보험 보상 처리가 어렵다는 내용을 보고 순간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앞서 자동차보험 가입 단계에서 보상 범위를 넓히기 위해 자기차량손해담보까지 넣었음에도 사고 가해자와 실랑이를 벌이며 수리비 합의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단 생각에 눈앞에 깜깜해졌습니다.

자동차 운전자라면 도로변에 차를 세웠던 경험이 많을 겁니다. 잠시 누군가를 태워 길을 돌아가기 위해, 포장 음식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중요한 전화 통화를 위해 우리는 도로변에 여러 차례 자동차를 정차하곤 합니다. 그런데 주정차가 합법인 도로변에 가만히 세워둔 차를 누군가 자전거로 뒤에서 들이받아 흠집을 냈다면 어떨까요. 그야말로 당혹스러우면서도 억울한 상황일 겁니다. 사고를 잘 수습하기 위해선 자동차와 자전거 충돌 사고 발생 시 자동차보험 보상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전거의 경우 자동차와 가지고 있는 특성 자체가 다르기에 담보 또는 특약 가입 여부에 따라 보험 보상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흔히 보험 가입자들이 자전거 충돌 사고 발생 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안이 ‘자기차량손해담보’입니다. 가입자가 차량을 운전하다가 홀로 사고를 내거나 화재, 도난 등으로 차량이 훼손됐을 때 이에 대한 수리비 등을 지급하는 담보인 만큼 자전거 충돌 사고에서도 수리비 보상이 가능할 것이라 짐작되기 때문입니다. 더 포괄적으로는 예측하지 못한 사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담보로도 여겨지기에 보상 영역 자체가 보다 넓게 해석되는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자기차량손해담보는 피보험자가 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 발생한 사고로 인해 자동차에 직접적으로 생긴 손해를 보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동차보험 약관에 의하면 자기차량손해담보에서 보상하는 사고는 다른 자동차와의 충돌 및 접촉으로 인한 손해, 자동차 도난으로 인한 손해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약관상의 자동차는 자동차관리법에 의한 자동차, 군수품관리법에 의한 차량, 도로교통법에 의한 원동기 장치 자전거, 건설기계관리법에 의한 건설 기계 및 농업기계화 촉진법에 의한 농업기계를 뜻합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에 따르면 ‘차’에는 자동차, 건설기계, 원동기 장치 자전거, 자전거 등이 해당합니다. 그중 자동차는 철길이나 가설된 선을 이용하지 않고 원동기를 사용해 운전되는 차입니다.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 또는 건설기계관리법상 건설기계를 말합니다.

이에 따르면 자전거는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도로교통법상으로도 차에는 해당하나 자동차에 포함되진 않습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20호에서도 자전거는 자동차와 구분해 별도의 정의 규정에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전거와의 충돌로 인한 손해는 자동차보험의 자기차량손해담보에서 보상하는 사안에 해당할 수 없습니다.

다만 ‘차량단독사고 손해보상 특별 약관’을 추가 가입한 경우라면 자전거 충돌 사고에서 자동차 수리비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자전거, 퀵보드 등 다른 물체와의 충돌 및 접촉, 추락 전복, 차량의 침수로 인한 손해 전반을 보상하기 때문입니다. 차량단독사고 손해보상 특별 약관의 경우 화재, 폭발, 낙뢰, 날아온 물체, 떨어지는 물체에 의한 손해 또는 풍력에 의한 손해에 대한 보상까지 처리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정차한 자동차 후미를 자전거가 충격한 경우엔 자전거 운행자에 사고 과실 100%가 적용되는 것이 맞다. 이 경우 자동차 운전자가 자차 처리를 하고 추후 보험사가 가해자에게 수리비를 구상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며 “여기서 확인할 사안은 자기차량손해담보가 아닌 차량단독사고 손해보상 특별 약관 추가 가입 여부다. 자전거 운행자라면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일배책)을 통해 배상 책임 손해를 보상받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 내용은 특정 사례에 따른 것으로, 실제 민원에 대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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