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목소리 아예 외면하나” 尹 인수위 ‘오또케’ 쓴 교수 임용, 여가부는 패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당선인 공약자료에 여성혐오 표현을 썼다가 선거대책본부에서 해촉된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 전문위원으로 기용했다. 해당 교수가 ‘반성을 하고 있으며 꼭 필요한 인물’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부적절한 표현으로 해촉된 지 한 달여 만이다.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는 추진을 재확인했다. 여가부는 앞서 인수위 요청으로 직원 4명을 파견했지만, 최종적으로 인수위 구성에서 배제되면서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차기 정부의 여성 관련 문제에 대한 행보, 정책 구상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인수위는 지난 23일 정 교수를 사법개혁 정책 등을 다루는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에 전문위원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지난 2월 국민의힘이 배포한 사법분야 개혁 공약 참고자료를 작성한 인물로, 이 자료에 여성을 비하하는 ‘오또케’라는 표현을 쓴 사실이 알려지자 해촉됐다. ‘오또케’는 여성이 긴급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어떡해’라는 말만 외친다는 의미로,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인수위는 이번 인선에 대해 “선대본부 활동 시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본인은 시종 반성하고 있다”며 “업무의 연속성 차원에서 주요 사법 공약의 틀을 마련하는 데 꼭 필요한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수위의 인사 검증이 안일하고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30대 여성 박모씨는 “윤 당선인은 자신이 성별 갈라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이런 게 바로 성별 갈라치기”라며 “여성 혐오 표현을 공식 자료에 사용했다 해촉된 사람을 겨우 한 달 만에 다시 기용하는 걸 반성이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대놓고 여성을 배제하는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존폐 기로에 놓인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가 두숭숭한 분위기에 술렁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인수위의 이번 인사는 그동안 윤 당선인 보여온 여성 관련 발언이나 행보와 결을 같이 한다. 윤 당선인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고, 인수위 구성에서도 여성·청년 할당 등을 두지 않고 역할과 능력에 맞는 인사를 강조해왔다. 이번 인수위 인수위원 24명 중 남성은 20명, 여성은 겨우 4명에 불과했다. 20·30세대 청년 역시 전무하다.

여가부에서 추천한 공무원 4명도 인수위에서 모두 배제됐다. 인수위와 여가부에 따르면, 인수위원 24명을 포함해 전문위원·실무위원 등 총 184명 중에서 여가부 직원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6명, 외교부 3명, 국방부·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통일부·교육부 각 2명 등 주요 부처 공무원이 파견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당초 인수위가 여가부에 직원 파견 요청을 하면서 일각에선 여가부 ‘폐지’가 아닌 ‘조직 개편’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으나, 최종적으로 여가부가 완전 배제되면서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가부는 25일 주요 부처 업무보고에서도 가장 마지막 순서로 밀려났다.

인수위 인선과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서울대 출신, 50대 이상 남성이 주를 이뤘고 여성 비율은 고작 4명이었다. 심지어 2030 청년은 단 한 명도 자리하지 못했다”며 “특정 연령대와 특정 학벌, 특정 지역 출신만 고집하는 인선은 오답”이라고 비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번 인선은 나름 전문성과 통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인선에서 논란이 있었고 여성 비중이 너무 낮은 점도 계속 지적되고 있다”며 “선거 운동에서부터 이대남(20대 남성) 우대 정책을 펼쳐왔고 여성을 배제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인력풀이 넓지 않다는 것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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