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공 동굴 때문에.. 근포항이 난리 났습니다
[홍기표 기자]
겨울에 피는 꽃, 동백. 봄 여름 기운이 완연했던 꽃이 시들고 늦가을 단풍이 땅에 떨어져 세상이 빛을 잃어갈 때즈음에 피는 동백은 어쩌면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꽃말의 의미 ‘영원한 사랑’처럼 나는 너를 절대 잊지 않겠다는 약속인 것 같다. 이 어둡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찾아올 봄에 다시 보자는,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를 보는 것 같다.
거제도 남부면에 닿아 있지만, 통영시에 속한 장사도는 동백섬이라고 알려져 있다. 유명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로 ‘동백 터널’이 SNS로 유명해졌만, 실제로 가보니 거대한 예술 공원이었다.
거제 남쪽 끝단에 위치한 긴 누에를 닮은 섬
장사도는 총면적 39만131제곱미터, 해발 108미터, 폭 400미터, 길이 1.9킬로미터의 통영시 한산면에 속한 작은 점이다. 14채의 민가가 있고, 83명의 주민이 살았었다. 분교와 작은 교회가 있었던 섬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살고 있지 않고 해상공원으로 조성되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길게 뻗은 섬의 형상이 누에를 담아 잠사도(누에 잠, 실 사)라고 하였으며 경상도에서는 누에의 방언인 ‘늬비’를 써서 ‘늬비섬’이라고 불렸다.
장사도 투어는 근처 항구에서 배를 타고 십여 분 물길을 타고 들어와 섬 둘레를 2시간 둘러보는 코스로 되어있다. 지난 일요일(21일)에 방문한 나는 거제도 근포항에서 배를 예약하고 장사도에 들어갔다. 여객선은 주중에는 두 번, 주말과 공휴일에는 세 번을 왕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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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포동굴은 SNS에서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있다. |
ⓒ 홍기표 |
예술 섬 장사도
일층 객실에 앉아 있던 나에게 “이층 갑판 경치가 볼만합니다”라고 했던 여객선 관계자의 말을 듣고 계단을 올라 갑판 위로 갔더니, 장사도로 향하는 카멜리아호 뒤꽁무니를 따라 갈매기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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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매기는 던져진 과자를 부리로 잘 잡았다. |
ⓒ 홍기표 |
입구에 도착하니 거대한 입구 간판이 보였다. 빙글 반원으로 된 오르막길을 오르며 단풍과 남단에서 잘 자라는 열대 식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기분이 좋았다. 산책길은 총 18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입간판으로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어 복잡하지만 길을 잃어버릴 염려도,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수고도 없었다.
아름답게 펼쳐지는 다도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분재원이 된 분교. 12개의 머리상과 어머니 조각상 등의 다양한 야외 조각품, 온실 속에서 자라는 거대하고 신비로운 선인장과 양치식물들. 길게 늘어진 섬 구석구석이 아주 잘 꾸며져 있어 걷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그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옻칠 미술관이었다. 옻칠 공예를 전 세계에 알린 김성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섬과 미술관. 어쩐지 근사하다. 더불어 통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옻칠 공예가 이 먼 섬에서 관광객을 맞이 한다는 것은 지역 자부심과 연계되어 의미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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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옻칠미술관의 작품은 매혹적이다. |
ⓒ 홍기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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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로 유명한 동백터널. 2~3월에 만개한 동백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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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도해가 보이는 전망대는 아주 근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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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도는 개인 소유다. 중소기업가 김봉렬씨가 1996년에 매입해 통영시가 30억 원을 지원하고 총 200억 원이 투자되어 2012년에 해상공원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그 담대한 행보에 감탄하며, 자연과 조화롭게 꾸며진 작품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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