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투표 안 하고 놀러가세요?"…’3000만원’ 버리셨습니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지난 4년간 지방정부 예산 총 1308조원, 2018년 당시 유권자수로 나누면 투표 가치 1인당 약 3000만원…투표권 행사하지 않아 버려진 비용 약 520조원]

본문이미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부산시 금정구 장전역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고 있다./사진=뉴스1

#. 정치에 무관심한 서울 송파구 주민 나몰라씨(가명, 40). 그는 ‘정치 혐오자’로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투표할 마음이 없다”고 했다. 나씨는 보수고 진보고, 다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눈에 띄는 선거 공약도 없을뿐더러, 누굴 뽑아도 똑같단 확신이 강해서다.

나씨는 오늘(1일) 선거를 하는 대신 늦잠을 자고, 늦은 오후쯤 한강공원에 가족들과 놀러갈 거라고 했다. 그는지난 대선 때는 그나마 했는데, 지방 선거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도 했다. 정말 그럴까.

지방선거 한 표 가치 ‘약 3048만원’…투표 안 하면 땅바닥에 버린다

본문이미지
전국 지방정부(지자체)가 행사하는 총 예산액이 무려 1308조원이다. 이를 누가 잘 쓸지, 잘 감시할지, 뽑는 게 오늘 선거의 가치다./사진=행정안전부

4년 전인 2018년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기준으로, 유권자가 행사하는 ‘한 표의 가치’를 살펴봤다.

일단 해당 선거의 유권자는 총 4291만여명이었다.

4년간 지방정부의 총 예산(출처: 행정안전부 지방재정365)은 약 1308조원에 달했다. 2018년 약 284조원, 2019년 313조원, 2020년 345조원, 2021년 365조원 등 계속 꾸준히 늘었다.

총 예산을 유권자수로 나누면,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갖는 한 표의 가치를 알 수 있다. 이는 약 3048만원이다.

제7회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는 약 1707만명(39.8%)이었다. 한 표의 가치인 3048만원을 곱하면, 약 520조원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아 버려진 셈이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의 대가가장 저질스런 인간에게 지배당한다”

본문이미지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전 부산 연제구청에 마련된 연산제2동 제3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투표소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2.06.01.

지금은 선거를 ‘보통선거’라고 부른다. 누구나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서다.

역사 속에서 보면 이게 항상 당연한 건 아녔다. 이 당연한 한 표를 얻기 위해, 투쟁의 역사가 길었다. 고대 아테네에선 여성, 노예, 외국인이 투표하지 못했다. 투표할 수 있는 이가 전국민의 10% 남짓이었다.

프랑스는 혁명 이후인 1792년에서야 ‘남성’만 보통선거권을 얻었고, 미국도 흑인은 투표를 못하게 하다가 1965년에 모든 남성들에게만 투표권을 줬다. 여성들도 선거권을 갖기 위해 싸우고 또 싸웠다. 뉴질랜드는 1893년, 영국은 1918년, 미국은 1920년에 여성 투표권이 생겼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의 대가는, 가장 저질스런 인간에게 지배 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그것도 안 되면 차악이라도 알아보고 뽑아야 하는 이유다.

Add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