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에게서 尹에게로 넘어간 부동산 과제 어떻게 풀어낼까 ‘주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로부터 넘겨 받을 ‘부동산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사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아직 해결 되지 않은 문제들이 정권 교체를 계기로 활로를 찾을 수 있어서다. 규제지역 해제와 세대 간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등이 대표적인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취임 직후 해결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들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6일 경기도 파주시 새암공원 교차로에서 유세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뉴스1

◇풀면 집값 오를텐데… 규제지역 해제 ‘고민’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5월 10일 출범할 예정인 윤석열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규제지역 해제 여부를 논의해야 할 전망이다. 지난해 4월 개정된 주택법에 따라 오는 6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소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반기마다 주정심을 소집해야 한다. 마지막 주정심은 지난해 12월에 열렸다.

문재인 정부는 지속적인 주택 수요 억제책을 펴면서 임기 동안 규제지역을 대폭 늘렸다. 지난 2018년 31곳이었던 투기과열지구를 49곳으로, 조정대상지역은 42곳에서 112곳으로 늘렸다. 규제 지역 면적은 전 국토의 10% 내외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이라 절반 이상의 국민이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면서 각지에서 규제지역을 해제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첫째주 전국 아파트값은 0.02% 하락했고,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과 경기, 대구 등을 비롯해 8곳이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택법상 조정대상지역은 직전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대구와 세종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규제지역 해제 요건을 만족하는 곳들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의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의 유지 여부를 검토하게 될 가운데, 규제지역 해제를 쉽사리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세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축소, 청약 자격 강화 등 각종 제한이 풀리게 된다. 지난 2020년 6·17 대책에서도 김포와 부산 등이 규제지역에서 빠지자 곧장 풍선효과가 나타나 거래량이 급증하고 시세가 치솟기도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6월 월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0.12%에 불과했던 부산은 규제가 풀린 다음 달 상승률이 2.39%로 약 20배 뛰었고, 부산도 2020년 6월 0.06%에서 7월 0.57%로 상승폭이 높아졌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원칙대로 규제지역 여부를 다시 따지는 것이 옳지만, 그에 따른 리스크는 정권 초기부터 지고 싶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예 객관적인 규제지역 선정 지표를 다시 만드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지역을 해제하게 되면 양도세 중과세가 없어지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판단할 문제”라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공약한 만큼 이를 실행하는 우회로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6년 넘게 끌어온 내력벽 철거… 광주 붕괴사고에 신중해질 듯

리모델링 시장의 주요 관심사인 세대 간 내력벽 철거 허용 문제도 곧 결론을 내야 할 전망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수차례 리모델링 활성화 공약을 내세웠던 바 있다.

3월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문촌마을16단지뉴삼익 아파트에 리모델링 조합설립 창립총회 현수막이 걸린 모습. /최상현 기자

벽식 구조 건축물에서 내력벽은 건축물의 하중을 지탱하고 힘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세대 간 내력벽은 세대 내 내력벽보다 두텁고 하중도 더 많이 지탱하기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철거가 금지돼있다.

리모델링 단지와 관련 업체는 이러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현재 리모델링 아파트는 기존 세대 배치를 유지한 상태에서 면적만 넓어지며 평면 구조가 세로로 긴 동굴형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세대 간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면 평면 재배치를 원활하게 하면서 최신 주택형처럼 전용 59㎡ 규모에서도 4베이 구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위원장은 “합리적인 평면 구성을 위해 전체적인 안전성을 확보하는 범위 내에서 내력벽 철거를 건의해온 것”이라면서 “결과 발표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데, 빨리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것이 업계 바람”이라고 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2015년 9월 ‘리모델링 시 내력벽 실험체 현장재하실험’이라는 내력벽 철거 관련 연구용역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한 바 있다. 용역 시작 후 6년 반 동안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데, 앞서 지난해 9월 마친 실증실험에서는 ‘평면을 확장하기 위해 일부 내력벽을 철거할 수 있다’고 결론이 나왔다.

국토부는 오는 8월 검증작업을 모두 마치고 최종 결론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내력벽 철거가 허용될 경우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광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붕괴 사고로 건설현장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없이 커진 상황”이라면서 “내력벽 철거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누군가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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