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권력 갈등에 北 레드라인 침범..’복합 위기’ 국민 불안 커진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갈등 사태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라는 중대한 도발이 벌어져 정권 이양기 충돌 사태 속 안보 위기라는 복합 위기 국면이 펼쳐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안보 현안 대응은 새정부 5년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신구 권력 갈등부터 속히 수습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25일 나란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7회 서해수호의 날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내며 안보 행보에 집중했다. 두 사람이 전날(24일) 직접 발언을 내놓으며 부딪쳤던 위험 상황에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으로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제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해지고 있다”고 했다.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며 “유엔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했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시점인 어제 북한이 올해 들어 12번째 도발을 해왔다”며 “북한에 엄중하게 경고한다.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경 메시지를 냈다. 그는 이날 오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북한 ICBM 발사 등 지역 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전했다.

일각에선 초유의 대통령과 당선인 간 정면 충돌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 북한의 모라토리엄(발사유예) 파기로 한반도 긴장감까지 고조된 상황에서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 수습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온다.

25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7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다통령 당선인의 근조화환이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놓여 있다. 2022.3.25/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윤 당선인은 전날 선출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협치’를 당부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통화에서 “박 원내대표가 그간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으로 우리 사회 약자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신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국회와 함께 잘 소통해서 협치를 이끌어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이날 오전 박홍근 원내대표를 예방해 당선인 명의의 축하 난을 전달하며 “여야가 새롭게 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윤 당선인과 민주당 원내지도부 간 식사자리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윤 당선인과 전화 통화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저도 어제 저녁 윤 당선인한테 말한 것처럼 안보와 민생에는 여야가 없기 때문에 힘을 합쳐야 된다”며 “그 출발은 국회가 존중하고 소통하는 것으로, 오로지 그것을 가장 크게 우선적으로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다만 이날도 양측의 신경전이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불씨는 여전히 잠복해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저희라면 임기 말에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감사원에 우리 정부 사람을 보내는 일은 안 할 것 같다”며 “국민들 보시기에 상식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김 대변인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 등이 포함된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방안에 반대 의사를 밝혀 논란이 인 데 대해서도 “국민 보시기에 상식에 맞는 정부 업무 인수인계 절차가 진행되기를 바라고 촉구한다”고 각을 세웠다.

김한규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윤 당선인의 ‘매도인’ 비유를 받아 “원래 (전 집주인이) 이사가기 전까지 살고 (새 집주인은) 인테리어할 때 다른 데 갔다가 (인테리어 끝나면) 오는 것인데 (윤 당선인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떠나기 전까지 인사 공백을 감안해 공석인 인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청와대와 당선인이 각종 사안에 대해 정면 충돌했기 때문에 신경전이 쉽게 봉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양측이 대외적으로 갈등 국면을 계속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며 “이르면 주말에 대통령과 당선인이 극적으로 회동하는 그림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반도 군사적 긴장감은 초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공동 과제이기 때문에 여야가 협력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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