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두 얼굴, 학폭으로 1위 찍고, 학폭에 무너졌다

[OSEN=하수정 기자] 학교 폭력(학폭)의 끔찍함을 다룬 ‘더 글로리’로 세계적인 흥행을 이뤘지만, ‘피지컬: 100’은 학폭 가해자가 출연하면서 1위를 기록하고도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넷플릭스의 이야기다. 

예능 ‘피지컬: 100’의 출연자이자 스턴트 우먼인 김다영은 지난 24일 개인 SNS에 “며칠간 많은 고민과 반성 끝에 이제야 글을 올리게 되어서 죄송하다”며 “학창시절 소위 노는 학생 이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후배들 기강을 잡는답시고 욕설과 상처 되는 말들을 했었다. 성숙하지 못했고, 철이 없었다. 피해자들에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직접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겠다”라며 학폭을 일부 인정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김다영은 “문제를 제기한 글의 내용 중 사실과 달라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많다. 그 부분만은 바로잡고자 한다”며 “금품을 빼앗거나 신체적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 제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서, 지난 며칠 동안 기억을 떠올려보고 당시 친구들에게 연락해 물었다. 욕설은 인정하나 신체적인 폭력을 행사하였다거나, 용돈을 갈취한 사실은 결코 없다. 제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까지 계속해서 거짓 폭로나 허위사실 유포가 이어진다면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에 대해선 반박했다. 

해당 학폭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다. ‘피지컬100에 학폭 가해자가 나와요’라는 장문의 글이 게재됐지만, 넷플릭스 측은 OSEN에 “이 건은 현재 제작진이 출연자와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고, 현재로썬 추가로 말씀드릴 내용이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며 차일피일 미뤘다. 

10일 가까이 ‘시간 끌기’를 한 이유는 있어 보인다. 종영을 코앞에 앞두고 터진 학폭 이슈가 난감했을 것이고, 콘텐츠 자체보다 학폭에만 쏠리는 관심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한국 예능 사상 넷플릭스 TV쇼 첫 1위’라는 화려한 성적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제작진과 소통 중’이라는 김다영은 종영 후 3일이 지나서야 사과문을 냈다. 

앞서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만연한 학폭을 적나라하게 그리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드라마 속 묘사된 ‘고데기 학폭’은 실제 사건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고, 저 멀리 태국에서는 학폭 연루 연예인들이 줄줄이 폭로되면서 사과하기도 했다. 모두 ‘더 글로리’ 열풍에 힘입어 학폭의 심각성을 공론화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폴램폿의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넷플릭스가 정작 학폭 가해자를 출연시키고 있었다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물론 관계자들은 “그들의 과거 개인사까지 체크하고 걸러내긴 힘들다”고 털어놓지만, 최소 관련 이슈가 터졌을 때 시간 끌기식 대응 방식은 비판받을만하다. 

‘피지컬: 100’ 측은 김다영의 학폭 논란을 비롯해 발레리노 출신 출연자 A씨의 자해 협박 의혹, 국가대표 출신 출연자 B씨가 여자친구 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는 보도까지 등장하자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당초 넷플릭스 측은 오는 28일 작품의 전 세계적 성공과 이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출연진의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무산된 것.

넷플릭스 TV쇼 한국 예능 최초 1위에 오른 ‘피지컬: 100’. 박수받을 새 역사를 썼지만, 각종 논란으로 얼룩져 종영하는 뒷모습이 씁쓸하다.

/ hsjssu@osen.co.kr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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