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원자재 인플레이션 덕..쏠쏠해진 브라질펀드 [WEALTH]

장기화되고 있는 원유·원자재·농산물 가격 상승세에 따라 작년 낙제생이었던 브라질 증시가 우등생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브라질의 대표 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약 11.76% 상승했다. 약 11.8% 하락했던 작년 모습과 다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전 세계 증시가 전체적으로 조정을 받은 모습과 다르다. 브라질 증시가 올해 상승 반전한 것은 원자재 인플레이션 영향이 크다. 보베스파지수 구성 종목 중 약 40%는 에너지·원자재 관련 기업들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던 원자재 인플레이션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극심해졌고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됨에 따라 투자자금이 브라질에 몰렸다. 실제로 지난해 브라질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은 708억헤알 수준이었지만 올해 1분기에만 910억헤알이 집중됐다.

브라질 증시 대표 기업으로는 페트로브라스, 발리, 제르다우 등이 있다. 우선 페트로브라스는 자산과 매출 모두 중남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브라질의 국영 정유업체다. 페트로브라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16.36% 상승했다. 발리는 세계 3대 광산업체, 제르다우는 남미 최대 철강업체다. 두 기업의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44.32%, 7.52% 올랐다. 에너지·원자재 인플레이션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태다. 단, 브라질 기업의 주식은 한국이나 미국 주식처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으로 편하게 투자할 수는 없다. 일부 증권사의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직접 주문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펀드 등을 통한 투자도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해외주식형 펀드 중 수익률 1위는 브라질 펀드가 차지했다. 지난 13일 기준 국내 10개 브라질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29.14%다.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인 -10.94%를 한참 웃도는 수치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상품은 ‘멀티에셋삼바브라질펀드’로, 약 37%의 성과를 냈다. 이 펀드는 전체 자산의 87%를 주식에 투자해 주식 비중이 높은 상품이다. 브라질의 대표적인 에너지 회사인 페트롤레우 브라질레이루에 8.52%, 종이·펄프 생산기업 수자노에 8.41%, 광산업체 발리에 7.95%가량 투자하고 있다. 원자재 업종 비중이 26%대로 높은 편이다. 신한자산운용의 브라질 펀드도 수익률 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신한브라질펀드’와 ‘신한더드림브라질펀드’는 연초 이후 각각 33.43%, 32.8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두 상품은 금융 업종 비중이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것이 특징이다. 브라질의 대표 은행주인 브라데스쿠은행(5.9%), 브라질은행(5.4%), 이타우은행(4.9%) 등을 높은 비중으로 편입하고 있다.

브라질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해외 운용사에 위탁해 운용하거나 해외 펀드에 재간접 방식으로 투자하는 펀드도 눈에 띈다. 재간접 펀드는 펀드에 모인 자산의 일정 부분을 다른 펀드에 재투자하는 펀드로, 여러 펀드에 분산 투자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음으로 수익률이 높았던 ‘KB브라질펀드’는 브라질 현지 운용사인 ‘ARX’에 펀드 신탁 자금을 위탁해 운용하는 상품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28.76% 수준이다. ‘한화브라질펀드’는 미국 JP모건의 브라질 펀드 ‘브라질 에퀴티 X(acc)’에 전체 자산의 92%를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다. 해외 재간접 펀드는 국내와 해외 운용사에서 수수료를 이중으로 떼기 때문에 운용보수가 상대적으로 비싸 주의가 필요하다. 이 펀드는 A클래스 기준 총보수가 1.9%로, 1.8%대인 다른 브라질 펀드에 비해 소폭 높은 편이다. 퇴직연금 자산으로 브라질 펀드에 투자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설정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브라질 펀드는 ‘미래에셋연금브라질업종대표펀드’로, 36억원이 몰렸다.

아직 국내에는 브라질 증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없다. ETF를 활용해 브라질 증시에 투자하려면 미국에 상장한 상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셰어스 MSCI 브라질 ETF(EWZ)’는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발표하는 ‘MSCI 브라질 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브라질의 중·대형주에 투자하며 업종별 비중은 소재(25.7%), 금융(23.9%), 에너지(16.9%) 순으로 구성돼 있다. 이 ETF의 주가는 연초 이후 34.88% 상승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라질에 투자하는 ETF 중 운용자산 규모가 커 유동성 리스크가 제한적인 상품”이라며 “에너지 가격 및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식이나 펀드가 아닌 브라질 국채도 국내에서 인기 투자 대상이다. 우리나라와 브라질 간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소득세율 0%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금융절세상품이기 때문이다. 과거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며 국내 투자자들이 환차손을 겪은 경험도 있지만 작년부터 이어진 브라질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해 물가상승에 대응하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달 브라질 기준금리는 11.75% 수준까지 상승했다. 단, 브라질 중앙은행 금융정책위원회(COPOM) 의사록에서 내년 이후 물가 상승세 안정과 경제 회복이 예상된다는 내용이 나오며 상반기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 가격과 채권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 종료 시점에 투자하면 금리 하락에 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브라질 국채 투자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다.

[이종화 기자 / 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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