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권한축소, 尹 인수위에선 후순위..”보고대상에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최재서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사법 분야 개혁 과제 가운데 검·경 수사권 재조정에 집중하기로 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권한 축소 문제는 후순위로 미루는 모습이다.

공수처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인수위가 답변 내지 보고를 요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출근하는 김진욱 공수처장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3월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종합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공수처는 보고대상에 없다”며 “(공수처 개혁이) 시급하다고 느껴지면 지금이라도 들여다보겠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검경 수사권 재조정이 주요 이슈”라면서 “나중에 상황이 되면 공수처에 자료 제출 요구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에서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인정하는 규정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이처럼 공수처의 권한을 제약하는 방안이 당장 속도감 있게 추진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공수처가 윤 당선인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한 기관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선 결과에 따라 공수처는 윤 당선인을 사실상 수사할 수 없게 됐지만, 그와 함께 고발사주 의혹 등으로 입건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은 여전히 수사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위가 활동 초입부터 공수처에 자체 개혁 방안이나 정책 현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련 현안을 후순위로 미뤄두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 개혁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당장 속도전이 필요하진 않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에 패배한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 뒤에야 공수처 관련 현안을 다시금 검토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인수위도 공수처 문제를 대하는 민주당 측의 기류를 살핀 뒤 개혁 방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뒤따른다.

공수처 (CG) [연합뉴스TV 제공]

공수처는 인수위의 개혁 구상에 답변하기 위한 준비를 미리부터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던 공수처법 24조를 존치할 필요성을 설명하는 내용 등을 포함해 인수위가 답변을 요구할 만한 사안들에 관한 자료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의 이첩요청권과 다른 수사기관의 인지범죄 통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는 출범 초기 이 조항의 폐지 문제가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됐을 때부터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며 선을 그어 왔다.

공수처가 인수위에 제출할 자료에는 24조를 없앨 경우 검경의 사건 축소와 은폐를 방지할 수 없으며 중복 수사에 따른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인수위가 공수처 운영 현황 등 자료 제출 요청을 해올 경우 필요한 설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수위가 공수처법 24조 폐지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공수처의 권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의 권한 축소가 사례로 언급된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2008년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후 협상을 통해 독립기구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취임 후 인권위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해 조직 축소를 요구했고, 실제 인력 21% 감축안을 확정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의 인수위원장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당시 공약으로 공수처 인건비를 최소한으로 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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