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19는 우리 교실을 어떻게 바꿔놓았나 ② 코로나19가 연 판도라의 상자, 비대면 교육

우리는 학교를 예부터 신성하게 여겨왔다.
그것은 미래 사회를 이끌어 나갈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곳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런 학교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에 내몰린 것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다.
아이들이 어울려 웃고 떠들고, 싸우는 교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원격 수업으로 텅 빈 교실을 보면 ‘아예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학생들은 친구와 단절됐고 학습은 오롯이 내 집중도에 달렸다.
교사는 앞으로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한다.
학부모는 사교육을 늘려야 하나 고민한다.
그뿐일까. 코로나19 3년 차, 학교 뒤 텃밭에 채소를 직접 심고 키우는 대신 온라인 텃밭 가꾸기마저 등장했다.
온라인 교육의 혁신일까?

누군가는 ‘비대면 교육’은 원래 예견되어 있던 것이고, 코로나19로 앞당겨졌을 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가속화한 교육의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한가.
교육심리 및 상담 전문가인 김복미 박사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 갑작스럽지만, 적응 중입니다

Q. 코로나19로 우리 교실이 많이 달라졌는데요.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비대면 교육의 도입일 것 같아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맞이한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비대면 교육을 하는 거에 대해서는 오히려 학생들이 적응이 더 빨랐던 것 같아요.
어려움은 오히려 교사들에게 많이 들었어요.
과목마다 수업 준비를 다양하게 해야 하고 또 교실에서 수업 할 때는 몰랐는데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까 다른 반하고 교육 비교를 할 수가 있는 거예요.
선생님이 수업 올리는 거를 보고.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선생님들의 부담감이 좀 많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초등 교사들은 그게 너무 힘들어서 2020년에 선생님들이 퇴직을 좀 많이 하셨었어요.
나이 드신 분들이 영상을 찍고 그걸 또 편집해서 올리고 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으니까.
반면 젊으신 분들은 굉장히 좋아해요.
제가 보니까 20대, 30대 초반 분들은 유튜브를 하고 계시는 분들도 꽤 있고.
좀 개방적으로 그러니까 융통성 있게 대응해서 재미있게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 온라인 강의 듣는 내 아이, 진짜 공부하고 있는 걸까요?

한 가정에서 3학년 어린이가 노트북으로 e학습터 수업을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Q. 아이들이 교사들에 비해 오히려 온라인 교육에 대한 적응이 빨랐다고 말씀하셨는데, 학습격차 등의 문제는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거든요.
사실, 온라인 학습을 하는 경우에는 자기주도성이 꼭 필요하잖아요.

그렇죠. 온라인 수업에서 동영상 강의를 계속 듣는 게 있고, 실시간이 있거든요.
선생님들이 올려놓으면 그냥 틀어 놓는 경우가 있는데 성향이 활달하고 행동이 많은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틀어놓고 딴짓을 많이 해요.
컴퓨터는 켜 놓고 휴대폰으로 딴 짓을 한다든지 그림을 그리고 있다든지.
그런데 이제 학부모들이 그걸 볼 때가 있단 말이에요.
그러면 막 화가 나서 “공부할 때 공부만 열심히 해야지. 왜 쟤가 딴 짓을 할까” 하시는데
그런데 이 친구들은 동시에 두세 가지 일이 가능한 애들이에요.
‘열심히 저거만 들어도 될까 말까 할 것 같은데’ 걔는 오히려 그게 안 들어오는 거죠.
그러니까 중간에 딴것도 하고 그래야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그 수업을 잘 듣고 잘 따라가요.
그런 친구들에게 “야, 하나만 집중해” 그러면 듣다가 자거나 머릿속에서 다른 생각을 할 가능성이 많죠.

Q, 박사님은 아이들의 성향을 분석해 학습 지도 상담을 해오셨잖아요.
활달한 성향의 아이를 말씀하셨는데, 다른 예시도 좀 들어주신다면요?

네, 우리 아이가 굉장히 외향적이고 활달하다 그럴 때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가 학습을 하면서 다른 것을 하는 것 같으시겠지만
“그래, 넌 멀티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조금 내성적이고 차분하고 침착한, 반복적인 걸 좋아하는 애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온라인 수업 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되게 잘 들어요.
그리고 이 친구들의 특징은 같은 내용을 두세 번 듣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니까 시간이 늘 부족한 편이죠.
그리고 얘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도 결과가 안 좋은 경우가 좀 있어요.
안타깝죠. 지켜보는 부모 입장에서 답답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건 전략적인 부분에서 좀 건드려줘야 되는 거니까.
이 친구들이 들었던 거 “엄마, 또 듣고 싶어요.” 그랬을 때 “한 번 들었는데 뭘 또 들어?” 이게 아니라 얘들은 더 듣게 해주는 게 좋아요.

학습 환경 같은 경우도 조절이 좀 필요한데요.
외향인 아이들은 주변이 좀 시끄러워도 수업 듣는데 별 문제가 안 돼요.
그 친구들은 그렇게 공부해야지 공부가 오히려 잘 돼요.
그런데 내성적인 성향의 아이들은 주변에 민감해요.
방문도 딱 닫고 집중해서 해야 되거든요.
그럴 때는 그런 분위기를 좀 조성해 줘야죠.
자꾸 애 데리고 이것저것 하려고 하지 말고 기다려 줘야 돼요, 얘들은 시간이 걸리니까.

■ 청소년기, 성향 따라 거리두기가 강화될 수 있어요

Q. 전면 등교 실시가 시행됐지만, 언제 또 비대면 수업에 다시 들어가게 될지 모르는데요.
작년, 재작년 학생들이 학교가 아닌 가정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인한 상담은 없었나요?

물론, 있었죠. 제가 몇 명 상담한 아이들의 엄마들이 “얘는 방에 들어가면 안 나온다”, “어떻게 된 일이냐” 그러시는데.
특히 사춘기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1~3학년은 방에서 잘 안 나와요.
그리고 이제 자가 격리를 하는 경우면 더 안 나온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게 우리 학생들이 그 나이 때는 자기만의 비밀 그런 게 있고, 밖에 나가서 못 노니까 방 안에서 자기만의 어떤 유희를 하는 거거든요.
그리고 그런 성향이 강한 애들이 있어요. 방에서 하루 종일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그런 아이에게 자꾸 “나와서 밥 먹고 치우고 뭐 또 해라” 이런 상황에서 갈등이 일어나거든요.
제가 한 학부모에게 “이게 얘의 성향이고 사춘기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말씀을 드리는데도 엄마들은 걱정을 하세요. “얘 은둔형 되는 거 아니냐고”
근데 아이 입장에서 지금은 나가 봐도 할 것도 없고 온라인에서 유튜브 하거나 온라인 강의 듣거나. 차라리 방 안에서 할 게 많거든요.
그러니까 걱정을 좀 덜하시고 그냥 ‘쟤가 방 안에 자기만의 뭔가 할 일이 좀 있나 보다’ 이런 생각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이 친구들 중에 부모님하고 밥도 같이 잘 안 먹으려고 하는 애들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표현이 어떤지 모르겠는데.
우리 부모님 세대는 밥 차려 놓고 가족들이 다 같이 먹으면서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거에 대한 환상이 좀 있어요.
그런데 안 그러는 가정이 훨씬 더 많아요.
“아니, 우리 애는 문제가 있나” 이게 아니라 정말 사춘기 이 시기의 애들은 혼자 좀 있으려고 하니까 그냥 저는 정말 내버려 두라고 얘기를 해요.
식사 이런 것도 “저는 지금 배불러요. 좀 이따가 제가 혼자 찾아 먹을게요” 그러면 “오케이!” 하시는 게 좀 필요해요.
같이 있으면 자꾸만 하나 하나 바로잡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거든요.
하지만 허용해 주는 게 좀 많이 필요해요.

Q. 끝으로 달라진 교육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 부모나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예전에는 우리 부모 세대, 한 40대 후반~50대는 교육 현장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던 게 성실성, 인내성 이런 거였었어요.
그런데 지금 코로나를 겪고 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많이 달라졌잖아요.
그래서 민감성이 좀 발달을 해야 될 시기라고 생각을 해요.
나의 신체에 대해서 또 다른 사람의 상태에 대해 민감성이 좀 발달해야 하고 또 굉장히 급변하잖아요.
입시도 굉장히 많이 좀 달라지고 있거든요.
이런 거에서 저는 유연성과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가 아니라 “어떻게 바뀌었어? 나는 어떻게 해야 되지?” 이 단계로 바로 가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이제 예전으로는 못 돌아간다고 다들 얘기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나 부모에게 민감성, 유연성, 융통성 이게 필요하다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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