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尹 공약 찬성..새 정부 노선 따르나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대검찰청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 공약인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법무부에 전한 것을 두고, 잔여 임기 완수 의지를 피력한 김오수 검찰총장의 새 정부와 보조를 맞추려 행보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김오수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오는 24일 오후로 예정된 법무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업무보고를 앞두고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최근 법무부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대검은 법무부 장관이 일반적인 지휘·감독권 및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통제할 수 있음에도 구체적인 사건에서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는 것은 검찰의 독립·중립성을 해친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검은 기존 일선 검찰청의 형사 말(末)부뿐만 아니라 일반 형사부도 직접 수사와 인지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법무부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말부를 제외한 일반 형사부는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 받았을 때 수사가 미흡하다는 판단이 들어도 직접 재수사가 불가능하고,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이 같은 대검 의견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승인을 거쳐 법무부에 전달됐다고 한다. 법조계 일각에선 김 총장이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 직접 수사 확대 방향의 수사권 재조정’이라는 윤 당선인 공약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면서 새 정부와 발맞추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제기된다.

의견을 전달한 시기가 거취 표명 요구를 받은 직후라는 점도 주목해 볼 만 하다. 최근 윤 당선인 측근으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김 총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김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석열 정부와 ‘검찰관’이 일치한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더욱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상충되는 의견을 전달한 것은 김 총장이 윤 당선인 측으로 확실히 노선을 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을 더한다. 박 장관은 윤 당선인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대해 지난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수사지휘권은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는 제도적 배경이 있다. 수사지휘권이 없어진다면 검찰 수사의 경과와 결과, 결정을 검증할 방법이 없어 공정성 시비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은 검찰의 최고 책임자라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자리”라며 “그 자리의 거취를 정하는 것은 개인의 인격적 결단의 표현이고, 결단의 요인으로는 인생관, 국가관, 대통령의 정무적 방향성과의 일치 여부 등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총장이 임기를 마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새 정부와 어느 정도 철학이 일치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법무부가 대검 의견을 그대로 인수위에 보고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법무부와 의견이 다른 만큼 오는 24일까지 업무보고 내용을 두고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최종적으로는 법무부가 대검 입장과는 별도로 윤 당선인의 공약 추진 시 발생하는 부작용과 우려를 함께 담은 보고서를 인수위에 제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상렬 (lowhig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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