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게 팝니다” 일주일새 90건.. 거리두기 끝나자 배달전문점 ‘곡소리’

한식 배달음식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42)씨는 지난달부터 장사를 접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하면서 배달 주문 건수가 급감해버린 것이다. 사적 모임 10인 제한까지만 해도 배달 건수가 눈에 띄게 줄진 않았지만, 전면 해제와 함께 배달 주문이 ‘반토막’ 났다.

이씨는 “이번 달 초순에는 배달이 지난달보다 30% 정도 줄더니, 중순 들어서는 45%가 줄었다”며 “이대로 가면 전월 대비 55% 정도 감소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10명이라도 사적 모임 제한이 있었을 때는 배달이 이렇게 줄진 않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배달이 뚝 끊기니 신기하면서도 당황스럽다”고 하소연했다.

4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거리에서 오토바이가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건너가고 있다. /조선DB

지난 2년여 동안 영업시간 제한, 자가격리 의무로 황금기를 누렸던 배달업계의 기세가 꺾이고 있다. 지난 4월 18일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된 이후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앱 사용자가 전월 대비 적게는 5%에서 많게는 약 15% 감소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늘어났던 배달전문점 사장들 사이에서는 곡소리가 나온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배달전문점을 내놓는다는 매도 게시글이 쇄도하고 있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가게 매도와 관련된 게시글은 이달 23~28일 일주일 동안만 약 90건에 달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배달전문점을 운영하던 자영업자 장모씨는 전날 ‘개인 사정으로 1인 배달전문점을 내놓는다’는 글을 올렸다. 동대문구 대학가에서 배달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 역시 ‘대학가는 배달이 줄어들 걱정이 없다’며 매도 의사를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매출이 줄었다고 하소연하는 자영업자들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배달 황금기는 지났다” “지금이라도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이 된다” “이제 배달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든 것 같다” 등 한숨 섞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실제로 배달앱 사용자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30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배달 3사의 지난달 전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321만6220으로, 전월인 3월(3532만8명)보다 5.9% 줄었다. MAU는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다.

배달앱 하루 평균 방문자 수(DAU)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이달 하루 평균 사용자는 492만6863명으로 지난달(518만2549명)에 비해 5.1% 줄었다. 요기요는 지난달 141만8246명에서 이달 132만1098명으로 6.8%, 쿠팡이츠는 68만5484명에서 59만9727명으로 14.2%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감소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요기요를 제외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모두 각각 3.5%, 24% 하루 평균 방문자가 적었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에서 사람들이 버스킹 공연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 건수가 감소하는 큰 이유는 그동안 미뤄 온 회식과 모임이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박모(29)씨는 “최근 모임이나 회식이 많아지고, 친구들끼리 밖에서 보는 시간도 많아지면서 배달을 시킬 기회가 줄어든 것 같다”며 “코로나19 시기에 배달을 많이 시켜먹어서 지겹기도 하다”고 말했다.

배달업계에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배달 주문 건수가 확연히 줄었지만, 통상적으로 3~5월은 비수기로 볼 수 있어 기간을 두고 업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방역수칙 완화에 대한 보복 심리까지 겹치면서 외식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확실히 배달 주문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3~5월은 주로 상춘객이나 가족끼리 외식을 하고, 현재는 방역수칙이 완화되면서 보복 심리로 외식을 선호하는 분위기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날씨가 무더워지는 7~8월 다시 배달 주문 건수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좀 더 기간을 두고 업황을 살펴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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