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민주주의 십자가 지신 분” 故정동년 선생 눈물의 영결식

슬퍼하는 유가족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31일 오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5·18 민주화운동으로 사형을 선고 받고 특별사면된 고(故) 정동년 5·18 기념재단 이사장에 대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2022.5.31 iny@yna.co.kr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군부 독재의 충견들은 사형수라는 멍에를 씌웠지만, 선생님은 한 치의 두려움도 없이 민주주의의 십자가를 달게 받았습니다.”

31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5·18 사형수’로 민주주의 투쟁에 앞장선 고(故) 정동년 5·18 기념재단 이사장의 영결식이 ‘5·18 민주국민장’으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부인인 이명자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을 비롯한 유가족과 추모객 등 100여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영결식이 열리는 내내 눈물을 훔치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슬퍼했다.

정 이사장은 별세하기 하루 전까지 5·18 행사에 참석하며 정정한 모습이었지만 지난 29일 심장마비로 갑자기 숨을 거두며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한 유가족은 고인의 영정 사진 앞에 헌화하려다 슬픔이 복받친 듯 단상에 쓰러지듯 엎드려 오열하기도 했다.

오열하는 유가족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31일 오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5·18 민주화운동으로 사형을 선고 받고 특별사면된 고(故) 정동년 5·18 기념재단 이사장에 대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2022.5.31 iny@yna.co.kr

고인의 오랜 동지이자 상임장례위원장을 맡은 박석무 전 5·18 기념재단 이사장은 “1964년 한일회담 반대운동 과정에서 동지로 맺어진 우리는 60년이 다 되도록 함께 싸우며 가장 가까운 벗으로 지냈다”고 회상했다.

이어 “광주가 낳은 위대한 민주투사이자 민중 운동가인 그대를 지상에서는 다시 만날 수 없다니 이 허전한 마음을 어떻게 달랠 수 있겠는가”라며 “광주의 진상을 밝히고 민주주의가 꽃피도록 노력한 그대의 공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황일봉 5·18 부상자회장은 “아직 민주 대장정의 길이 멀리 남아있는데 이렇게 먼저 가시다니 땅이 꺼지는 황망함을 가눌 길이 없다”며 “미처 다 가지 못한 민주 대도를 멈춤 없이 이어가겠다는 결의로 맨주먹을 굳게 쥔다”고 말했다.

유가족 대표로 나온 장남 정재헌 씨는 “돌아가시기 바로 전날까지 5·18 행사에 참여해서 오월의 미래를 고민하시던 당신의 모습을 이제 더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장남으로서 가슴이 많이 미어진다”고 울먹였다.

이어 “이제 오월은 우리들의 몫으로 남겨졌다”며 “5·18 진상규명과 오월 정신 확산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아버지의 유지를 여기 계신 모든 분과 함께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영결식을 마친 유족과 추모객들은 고인을 운구하는 차량을 뒤따라 5·18 기념재단과 전남대를 거쳐 화장장으로 향했다.

‘5·18 사형수’ 故정동년 이사장 영결식 엄수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31일 오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5·18 민주화운동으로 사형을 선고 받고 특별사면된 고(故) 정동년 5·18 기념재단 이사장에 대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2022.5.31 iny@yna.co.kr

화장을 마친 고인의 유해는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 안장된다.

1965년 한일 굴욕외교 반대 시위로 구속된 전력 때문에 안장 대상심의위원회 심의 대상이었지만 정기 심사 대신 긴급 서면 심의로 이날 오전 국립묘지 안장이 결정됐다.

고인은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확대로 인한 예비검속에 걸려 군에 연행된 뒤 모진 고문을 받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내란수괴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1982년 말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 고인은 5·18광주민중항쟁연합 상임의장 등을 지내며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과 명예 회복 등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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