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칼국수·짜장면 또 오르겠네..우크라 사태에 밀 가격 급등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경기도 성남에서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A씨는 최근 오르고 있는 밀가루 가격에 고민이 많다.

A씨는 “몇 년 동안 칼국수 한 그릇에 7000원을 받다가 지난해 말 8000원으로 인상했는데 요새 밀 가격이 자꾸 올라 걱정스럽다”라면서 “우리처럼 밀가루를 많이 쓰는 가게는 정말 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밀 가격이 급등하자 자영업자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유가, 인건비, 배달대행료가 앞다퉈 오르는 상황에서 원재료인 밀 가격마저 뛰고 있기 때문이다.

◆ 러-우크라 사태로 밀 가격 불안정

2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해외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밀 선물의 가격은 지난 28일 기준 1t당 388.3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283.20달러보다 37.1% 올랐다. 앞서 이달 7일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여파로 밀 선물 가격이 475.46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 말보다 67.9% 높은 수준이다.

밀 가격이 크게 오른 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밀 수출량의 약 29%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통상 국제 곡물가격이 3~6개월 뒤 국내 물가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원가 상승 부담은 하반기에 가중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밀 소비량의 99%를 수입산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가루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외식물가가 덩달아 뛰기 쉽다. 앞서 식품기업과 외식업계는 지난해 여름부터 각종 원자재 가격 부담으로 소비자 물가를 줄줄이 인상해왔다.

◆ 밀가루값 상승에 자영업자 ‘한숨’

자영업자도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지만, 쉽게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재료값이 오른다고 메뉴 가격까지 올리면 손님이 아예 끊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기도 성남의 중식당 점주 60대 B씨는 “기름값이 올라 부담인데 밀가루 가격도 올랐다”라며 “인건비와 배달료까지 줄줄이 인상이라 식사 한 그릇에 도대체 얼마를 받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 덕양구의 한 제과점 사장 C씨는 “밀 뿐만 아니라 각종 원재료 가격이 다 오르면서 상반기 중 가격을 올려야 할 것 같다”면서도 “매장을 오픈한 지 약 1년 정도 된 상황이라 가격 인상하기가 난감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5년째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D씨도 “연초에 빵 가격을 한 번 인상했는는데 지금 또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유, 버터, 생크림 등 유제품 가격이 올라서 단가가 안 맞는다”고 설명했다.

◆ 식품기업 “장기적으로는 영향 있을 수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식품기업들은 당분간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이 적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와 달리 수개월 치 원자재를 비축해둔 까닭이다. 다만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파리바게뜨와 던킨 등을 운영 중인 SPC그룹 관계자는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이 아닌 미국과 캐나다, 호주산 밀을 수입해 당장은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면서도 “밀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언젠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는 앞서 지난달 각종 제반 비용 상승에 따라 일부 제품 가격을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같은 이유로 뚜레쥬르 역시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 관계자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공급망 차질에다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복합적인 가격 인상 요인이 있다”며 “다양한 원산지의 밀을 사용하고 있지만, 상황이 심각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소비자 “물가 오르면 다시 안 내려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인상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밀가루 등 원자재 가격은 시기나 상황에 따라 오르내리지만, 한 번 오른 음식 가격은 다신 내려오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30대 회사원 E씨는 “가게의 재료비 부담은 이해하지만, 재료값이 내려간다고 다시 가격을 낮추는 것도 아니지 않냐”며 “그게 정말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F씨는 “가격 인상 후폭풍은 결국 기업이나 자영업자가 아닌 소비자가 모두 감당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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