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MBC 아들 기안84만 나오면 중박 이상일까?

기안84(MBC)

[뉴스엔 김범석 전문기자]

본캐는 고소득 웹툰 작가이자 대표이지만 웬만한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촌철살인 방송인. 상의 탈의 후 가위로 머리를 다듬고, 멀쩡한 자동차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도색해 타고 다니는 기이한 남자. 여기에 남미 여행을 가는데 위탁 수하물 없이 봇짐 하나 달랑 메고 공항에 나타나는 미니멀리스트 아저씨까지.

요즘 MBC의 아들로 불리는 기안84다. SBS의 한 예능 PD는 “한때 ‘무한도전’이 MBC를 먹여 살렸다면 요즘은 기안84가 그런 존재”라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는다. 배우 이시언,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출연한 MBC 7부작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도 시즌2가 확정됐다. 시청률은 4~5%로 평타였지만 높은 화제성에 가산점이 매겨졌다는 전언이다.

‘나 혼자 산다’도 기안84의 분량과 활약에 따라 분당 시청률의 기울기가 달라진다. 최근 천정명과 나온 기안84는 새해를 앞두고 집 청소하고 빨래하는 평범한 일상을 보여줬을 뿐인데 기상천외한 상남자 모습으로 빅 웃음을 선사했다. 불혹을 앞두고 털어놓은 착잡한 심경이 통했던 걸까. 시청률도 8%까지 찍었다.

대중은 기안84의 어떤 매력에 빠진 걸까? 방송 관계자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순수함에 답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개그맨들이 인위적으로 방송용 이미지와 캐릭터를 만드는 것과 달리 기안84는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보여주는데 그게 밉상이 되지 않으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어떨 때는 괴짜 예술가처럼 보였다가 또 어느 순간 자연인이 되기도 하는 엉뚱한 다중성의 비결 역시 기안84가 원래 그런 퍼스널리티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란 설명. 예능 국룰 중 하나가 아이와 반려동물을 출연시키는 건데 이 둘은 PD의 연출, 통제 범위에 있지 않다 보니 도 아니면 모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관찰 카메라를 주렁주렁 달고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다 보면 반드시 일반인의 상식과 허를 찌르는 지점이 나오는데 바로 그 순간 시청자를 강력하게 후킹할 수 있다는 노하우다.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대표적인데 두 프로 모두 첫 녹화에선 별로 건질 게 없어 망필이었지만, 전파를 탄 뒤 대박을 터트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기안84가 보여주는 예능에는 예측과 통제가 안 되는 육아, 동물 프로의 순수함과 좌충우돌, 여기에 ‘나는 자연인이다’가 보여주는 탈 문명, 원시성까지 두루두루 담고 있다. 50억 건물주가 식탁 대신 바닥에 앉아 처량하게 소주 병나발을 불고, 가죽 신발을 세제에 담가 벅벅 솔질하는 모습이 ‘아니 왜 저래?’ 놀래키며 등짝 스매싱을 부를진 몰라도 전혀 밉지 않은 이유다.

MZ들에겐 왠지 내 마음 알아줄 것 같은 동네 형 같은데 돈 잘 버는 웹툰 작가라니 한결 근사해 보인다. 직장인들에겐 (후배라면 패스하고 싶지만) 저런 선배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부모 세대에겐 ‘맞아 남들 시선 뭐하러 의식했을까. 그냥 나로 살걸’하며 뒤늦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을 겸비한 기안84는 현대인의 무한 경쟁과 번아웃,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갈등과 혐오로 지친 남녀노소에게 타우린 같은 피로회복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선한 영향력이 앞으로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기안84/뉴스엔DB)

뉴스엔 김범석 bskim129@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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