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이러다 자기 밥그릇 크기만큼만 연기하는 배우로 비칠라

KBS 드라마 ‘두뇌공조’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KBS 월화드라마 <두뇌공조>는 뇌과학자 신하루(정용화)와 형사과에서 신경수사팀으로 옮긴 금명세(차태현) 형사가 함께하는 수사물이다. 이처럼 파트너 수사물은 로맨틱코미디의 형식과 비슷하다. 로맨틱코미디가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싫어하며 다투다가 가까워지는 것처럼, 파트너 수사물 역시 두 주인공이 서로를 싫어하다 가까워진다. 전자가 로맨스, 후자가 사건 수사라는 점만 다르다.

KBS 드라마 ‘두뇌공조’

당연히 파트너수사물의 재미는 두 주연배우의 맛깔스러운 연기가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런 면에서 <두뇌공조> 제작진에게 차태현 캐스팅은 최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차태현은 데뷔시절부터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 심지어 능청스러움조차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그는 강한 남자보다 당하는 남자 쪽에 가까웠고 이런 면에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에는 전지현 못지않게 차태현의 연기도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차태현은 드라마와 예능 양쪽을 오가며 오랫동안 자신만의 자리를 지켜왔다. 예능에서건 드라마에서건 함께하는 파트너들과의 호흡도 무척 자연스러운 편이다. 특히 그는 스타보다 생활인 같은 편안함, 평범한 듯 친숙하게 잘생긴 느낌으로 대중들의 호감을 샀다.

tvN 예능 ‘어쩌다 사장2’

특히 차태현은 KBS <1박2일>의 장수멤버로 묻어가는 듯하다 tvN <어쩌다 사장> 시리즈를 통해 그의 특별한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마을주민들과 조인성 사이의 갭을 채워주면서 편안하게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능력을 보여줬던 것. 물론 거기에서도 차태현은 소리 지르거나 화내지 않았다. 가끔 투덜대는 모습만 보여줬을 뿐이다.

KBS 드라마 ‘경찰수업’

2021년 KBS 드라마 <경찰수업>의 형사 유동만은 이런 차태현의 매력을 수사물로 잘 연결시킨 작품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차태현은 자연스럽게 형사 특유의 털털함에 인간미 넘치는 매력을 더하면서 기존의 터프한 형사물들의 주인공과는 다른 종류의 따스한 매력도 보여줬다.

문제는 <두뇌공조>의 형사 금명세도 딱히 이전 형사물 주인공과 다르지는 않다는 점이다. 물론 차태현은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내고 있다. 첫 회에서 금명세가 뇌과학자 신하루에 속아 그의 조수에게 머리카락을 깎이는 장면은 <두뇌공조>에서 가장 코믹한 장면이었다. 이후 금명세가 억울함을 표하면서 신하루의 조수와 신하루에게 따지고 드는 전개로 <두뇌공조>는 일단 시청자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KBS 드라마 ‘두뇌공조’

하지만 문제는 이런 순간의 재미가 아닌 이야기에 있다. <두뇌공조>는 뇌과학과 살인범죄라는 깊게 팔 수 있는 소재에 코믹 수사물까지 엮어 놨다. 모두 재미있는 소재지만 단순하게 연결시키면 자칫 초등용 수사물의 느낌이 날 수 있는 유치한 구조다. 더구나 시청자들은 수사물을 통해 단순한 재미만 아니라 전문성의 깊이를 원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아쉽게도 <두뇌공조>는 시청자들의 이런 호기심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진행을 보여준다.

여기에 파트너로 등장하는 정용화는 KBS <대박부동산>을 통해 정과 동을 오가는 연기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두뇌공조>의 시니컬한 뇌과학자 신하루를 소화하기에는 너무 들뜬 코믹 연기를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신하루가 좀 코믹한 뇌과학자로 설정은 되어 있으나, 정용화의 신하루는 코믹한 남자일 뿐 전문성은 일도 없어 보이는 것이 문제다.

KBS 드라마 ‘두뇌공조’

결국 <두뇌공조>에서 차태현은 생활연기로 자연스럽게 코믹한 형사를 연기한들 딱히 드라마에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결국 차태현에게 <두뇌공조>의 주연은 그리 득은 아닐 것 같다. 설정만 과학수사지, 뻔하고 올드한 코믹 수사물 안에서 차태현은 그저 자기 밥그릇 크기만큼만 연기하는 배우로 보일 위험이 더 크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K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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