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나눔동행] ’10년간 10억 기부’ 자신과 약속 지킨 박무근씨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저를 ‘키다리’라고 하는데 실제 키가 큰 건 아니고 남들보다 가슴은 조금 넓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0년간 10억 기부’ 박무근씨 (대구=연합뉴스) 40여년째 전기 자재 회사를 운영하며 기부를 실천하는 박무근씨. 2022.6.5 mshan@yna.co.kr

대구에서 오랜 기간 익명으로 기부 활동을 이어오며 ‘키다리 아저씨’로 불린 박무근(74) 씨는 5일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붙은 별명에 대해 손사래를 치며 “사람들이 너무 ‘키다리’만 갖고들 얘기한다. 키다리 소리는 이제 그만하고, 나눔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자”고 강조했다.

박씨는 남다른 기부 활동으로 지난달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기도 했다.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중학교를 중퇴했다. 이는 자신은 도움을 못 받았지만 남에게 도움을 줘보자고 마음먹은 계기가 됐다.

중학교를 그만두고 대구에서 취직한 그는 이후 사업을 시작해 40여년째 전기 자재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부터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익명으로 매년 1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이 기간 익명으로 기부한 액수는 모두 10억3천여만원에 이른다.

박무근씨가 익명으로 기부한 수표와 그가 쓴 메모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지난 2월 대구공동모금회에 2억여원을 더 내놨다. 그리고는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에 부인 김수금(71) 씨와 나란히 회원으로 가입하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1년간 1억원씩 10년간 1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자신과 약속을 지키고 난 뒤였다.

박씨는 “공동모금회에 처음 1억원을 전달했을 때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을 권유받았다”며 “제가 누구라고 밝히면 기부 의도가 괜히 오해받을 수 있겠다 싶어 익명으로 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익명으로 기부하고 나니 (사회에) 울림이 있었고 느낌이 좋았다”며 “처음부터 10년 기부를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두 번, 세 번 하다 보니 오래 이어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은행 통장을 따로 개설하고 수입에서 매월 일정 금액을 따로 떼 적립하며 꾸준히 기부금을 모았다.

공동모금회 기부 내력은 10년 남짓이지만 그는 약 30년 전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기부를 비롯해 무료급식소, 종교시설 등 다양한 곳에 기부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일일이 세보진 않았으나 총 기부 금액은 2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했다.

2015년 정신질환을 앓던 20대가 대구 도심 횡단보도에 5만원권 지폐로 800여만원을 뿌리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 500여만원을 끝내 못 찾게 되자 누군가 지역 언론사를 통해 500만원을 익명으로 기부했는데 그 주인공도 박씨다.

그는 “(돈을 주워간 누군가는) 이미 써버리고 돈이 없다든지 도로 갖다주기 부끄럽다든지 사정이 있었을 게 아니냐”며 “그런데도 돈이 회수되지 않는다며 한동안 대구시민을 원망하는 분위기가 있어 제가 대표로 500만원을 갖다주면 해결된다고 봤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또 “신문사를 찾아가 심부름 온 사람처럼 돈만 전해주고 나왔는데 다음 날 신문에 (기부자가) 50대 중년이라고 보도됐다”며 “당시 제가 60대 후반이었는데 500만원을 가지고 10년이 젊어지니 기분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라고도 했다.

아너소사이어티 가입한 박무근(오른쪽 두 번째) 씨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씨는 인터뷰 내내 기부에 동참해달라는 뜻을 간곡히 밝혔다.

그는 “제가 돈이 많아서 기부하는 게 아니다. 주변에 강요하지도 않는다”며 “기부를 해보면 이 세계도 재미있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겠냐는 생각에 내 마음도 편해진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 쓰고 남는 거로 하려면 기부하기가 힘드니 형편에 맞게 적은 금액이라도 일단 시작부터 해야 한다”며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이가 있고, 같이 가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ms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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