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마저 실패한 ‘삼남매가 용감하게’ 제작진의 게으른 선택

[엔터미디어=정덕현] “친딸 아니라는 거 말해도 돼?” 또 다른 ‘출생의 비밀’, 친자 확인의 시작인가. KBS 주말드라마 <삼남매가 용감하게>에서 신무영(김승수)의 전처 오희은(김경화)의 그 말은 이 드라마가 그토록 우려먹은 ‘출생의 비밀’이 앞으로도 끝나지 않고 계속될 거라는 걸 알려줬다. 신지혜(김지안)가 신무영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 그 이야기는 오희은이 다른 누군가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신지혜를 낳았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제아무리 막장 엄마라도 이럴 수 있을까 싶다.

결국 그건 오희은이 신무영과 다시 합치고 싶다는 이유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딸에게 상처를 주겠다는 협박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자기 딸을 볼모삼아 전 남편을 찾아와 재결합을 요구하는 엄마가 있을까. 백에 하나 그런 인물이 있다고 해도 그걸 주말드라마 같은 보편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작품에 굳이 세울 필요가 있을까.

이 오희은이라는 인물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빌런이다. <삼남매가 용감하게>의 애초 인물관계도에는 들어 있지도 않은 인물. 이것이 말해주는 건 드라마 후반부의 화력을 위해 억지로 꿰어 넣은 의도적인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을 어이없게 만들고 뒷목을 잡게 만들까 고민하다 등장한 이 인물은 그러나 사실상 이 드라마가 중반부터 장지우(정우진)의 출생의 비밀 코드를 갖고 끌고 왔던 그 공식의 ‘동어 반복’이다.

시청자들 사이에는 이미 <삼남매가 용감하게>에서 몇 달 째 반복되고 있는 ‘친자 확인’ 검사 스토리가 진력이 난다는 볼멘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상준(임주환)이 과거 실수해 낳은 아들이라며 이를 빌미로 협박해온 이장미(안지혜)라는 빌런이 해온 서사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이장미라는 인물 역시 인물관계도에는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로 드라마 중반에 갑자기 등장했다.

처음 시작은 제목처럼 삼남매, 즉 김태주(이하나), 김소림(김소은) 그리고 김건우(이유진)의 쉽지 않은 로맨스가 드라마의 주요 스토리였다. 김태주는 오래 전 헤어졌다 다시 만나게 된 톱스타 이상준(임주환)과의 로맨스가 쉽지 않았고, 김소림과 신무영 그리고 김건우와 장현정(왕빛나)의 관계는 나이 차가 극단적으로 나는 커플들이라 그 관계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멜로 전개만으로 드라마가 힘을 얻지 못하고 시청률도 20%를 넘는 것조차 쉽지 않게 되면서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주말극의 극성을 높이는 뻔한 공식들을 대놓고 쓰기 시작했다. 출생의 비밀을 갖고 하는 협박과 친자 확인 그리고 이를 통한 진실공방이 사실상 <삼남매가 용감하게>가 중반 이후 지금껏 계속 이어온 이야기의 전부가 됐고, 이제 그 진실이 어느 정도 밝혀지자 오희은이라는 빌런이 등장해 또 다른 출생의 비밀 카드를 꺼내놓은 것.

사실 어느 정도 주말극이 출생의 비밀 같은 코드를 활용하는 건 이제 시청자들도 적당한 수준에서 수용하는 눈치다. 하지만 <삼남매가 용감하게>가 쓰고 있는 이러한 공식들은 사전에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위해 준비하고 계획했다기보다는 즉흥적으로 끼워 넣은 듯한 ‘게으른’ 선택들이라는 게 이를 수용하기 어렵게 한다. 예를 들어 나이차가 극단적으로 나는 커플 이야기가 하나 정도 들어가는 건 그렇다 치지만, 이런 소재를 굳이 두 커플에서 모두 쓸 필요가 있을까 싶다.

몇 달을 ‘친자 확인’ 카드를 활용하고, 이제 종반에 와서 또 그 카드를 꺼내드는 건 시청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래서 그토록 집착하던 시청률은 과연 가져왔을까. ‘친자 확인’ 카드로 26.7%(닐슨 코리아)까지 반짝 올랐던 시청률은 추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23.3%로 떨어졌다. 시청률만 봐도 시청자들 역시 이런 전개가 슬슬 지쳐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KBS 주말드라마에게 시청률 30%는 굉장히 상징적인 수치임에는 분명하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는 모양새다. 과연 이런 방식으로 <삼남매가 용감하게>는 30% 시청률을 넘길 수 있을까. 아니 넘긴다고 해도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KBS 주말드라마가 여전히 이런 목표치를 갖고 접근하는 것이 이 시대에도 과연 어울리는 일일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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