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엄마 찾는 젖먹이, 돌아오지 못한 젊은이..어떤 보상으로 다 갚을 수 있을까”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금도 우리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오는 눈보라 속에서 엄마를 찾는 젖먹이의 울음소리, 하루아침에 엄마 아빠를 잃은 수없이 많은 어린 아이들, 어디론가 끌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젊은이들의 얼굴, 생때같은 자식의 무덤조차 찾지 못한 그 부모들의 한, 어떤 보상으로 다 갚을 수 있겠습니까?”

김부겸 국무총리는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제주도의 대표적 꽃인 유채꽃과 동백꽃에 비유해 4·3 희생자의 원혼을 달랬다.

김 총리는 “74년 전, 이 찬란한 남녘의 유채꽃은 선한 민간인들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며 “냉전과 민족 분단의 혼란 속에서 제주도민 3만여 명이 무자비한 국가폭력에 목숨을 잃었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은 ‘폭도’, ‘빨갱이’로 낙인찍혀 반세기 가까이 숨죽여 살아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떨어지는 동백꽃에서 희생자들이 흘린 붉은 피가 보이고,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그날의 참혹한 절규와 비명이 들려와도, 작은 흐느낌조차 속으로, 속으로 욱여넣어야만 했다”며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역사의 진실과 정의는 끈질긴 회침으로 그 본 모습을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바라는 끈질긴 외침을 통해 제주 4·3은 가쁜 숨비소리(해녀들이 물질할 때 깊은 바다 속에서 해산물을 캐다가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뿜는 휘파람 소리)를 내며 마침내 역사의 심연에서 그 본 모습을 드러냈다”며 “제주도민들의 단단한 용기, 처절한 분투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2000년 정부는 ‘4·3특별법’을 제정했다. 긴 세월을 오명을 쓴 채 살아야 했던 1만4천577명의 희생자들과 8만4천506명의 유족들이 명예를 되찾을 수 있었다. 지난해 상반기에 진행된 ‘희생자·유족 7차 신고사업’에서는 44명이 희생자로, 4천54명이 유족으로 새로 인정받았다.

김 총리는 “오는 12일부터는 개정된 ‘4·3특별법’에 따라 4·3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이 가능해진다”고 전한 뒤 “억울하게 희생되신 그 귀한 목숨과 긴 세월을 갚기에는 억만금의 보상금도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보상을 통해 희생자의 명예가 회복되고 유가족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김 총리는 “제주도민이 일궈낸 화해와 상생의 정신, 세월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을 정의를, 우리 국민과 제주도민께서 두 손을 단단히 맞잡고 세워 달라”며 “다시 한 번 제주 4·3사건의 모든 희생자와 유가족들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