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윤대통령, 취임 후 12차례 도어스테핑..인사·경제·안보·파업 등 현안에 즉문즉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매일 우리 기자분들 만나니까 아침 인사를 무엇으로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구내식당이 아직 안 돼 있어서 ‘아침 식사하셨어요’ 물어볼 수도 없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 1층 로비에선 매일 아침 9시쯤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차에서 내려 5층 집무실로 올라가려는 윤석열 대통령을 붙잡고 출입 기자들이 질문을 던진다. 이른바 ‘도어스테핑’(Doorstepping·약식회견)이다. 윤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여유롭게 안부 인사를 건넸다가도 검찰 편향 인사에 대한 지적이나 화물연대 총파업과 같은 현안 질의가 나오면 자세를 고쳐 잡고 답변한다. 지난 8일 출근길에는 검찰 출신 인사들이 현 정부 요직에 연달아 임명된 데 대해 “과거 민변 출신들이 도배하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9일 출근길엔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 사면 문제에 대해 “이십몇 년 수감 생활을 하는 것은 안 맞지 않는가. 과거의 전례를 비춰서라도”고 했다. 통상 특별사면은 발표 직전까지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며 은밀하게 추진되는데, 이번엔 윤 대통령 본인이 공개적으로 사면 가능성을 밝힌 것이다.

대통령실의 한 참모는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을 듣고 ‘대통령 뜻이 저렇구나’ 파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선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그 주위를 겹겹이 둘러친 참모들을 뚫어야 했는데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국민 궁금증에 매일 대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선 후보 시절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던 약속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5월 11일 용산 청사에 첫 출근한 날부터 12일, 17일, 19일, 20일, 23일, 27일, 30일, 6월 3일, 7일, 8일, 9일에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주고받았다. 지방 일정 등으로 용산 집무실로 바로 출근하지 않는 날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날 질문을 받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출근 전 자택에서 주요 현안을 파악하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참모들이) 조간에서 어떤 것들이 주로 다뤄졌고 어떤 이슈가 의미 있게 다뤄질 것 같다는 의견을 보낸다. (대통령이) 당연히 참고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기자들의 질문이 예상 범위 내에 있지 않은 만큼 대통령이 즉석에서 질문을 듣고 판단해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언제까지 출근길 질의응답을 이어갈까. 한 참모는 “대통령께 도어스테핑 횟수를 줄이자는 건의를 드렸는데 (줄일) 필요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것도 대국민 소통을 늘리기 위한 결단이었던 만큼 대국민 질의응답도 그 연장선상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가 출퇴근길에 수시로 취재진과 질의응답하는 사례를 참고해 벤치미킹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도 호의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조사한 결과(오차범위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53%가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잘하고 있다’는 이유로는 △국방·안보 10% △결단력·추진력·뚝심 7% △소통 7% △대통령 집무실 이전 6% △공정·정의·원칙 6% 등을 꼽았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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