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때 정한 ‘공소장 공개 금지’ 원칙, 윤석열 정부가 풀까

최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모습.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 명분으로 시행된 제도 상당수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수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소장 공개 기준도 재정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 여권 인사 관련 사건에서 유독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 사건마다 선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법무부에 따르면 ‘1회 공판 전 공소장 공개금지’는 2020년 2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도입된 원칙이다. 당시 법무부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구에 원문 대신 공소 요지만 제출하면서 “(그동안)국회에 제출한 공소장 전문이 재판 개시 전 언론을 통해 공개돼 온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1회 공판 전 공소장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피고인의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을 침해하고,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때부터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의 첫 정식 공판이 열리고 난 뒤 해당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공소장 비공개 원칙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후 만들어진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바탕을 두고 있긴 하지만 조항으로 명문화돼 있진 않다. 때문에 실무상 기준만 다시 정비하면 바꿀 수 있다. 아울러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등 검찰개혁을 내세워 만든 규정들도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손볼 수 있기 때문에 입법 필요 없이 정부가 의지만 가지면 바꿀 수 있다.

반복되는 공소장 공개 관련 논란을 정리하기 위해선 새 정부가 기준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사건 전문가인 이상민 변호사는 “그동안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되고 하는 식으로 선별적으로 적용돼 왔다”며 “원칙이라고 했지만 정작 그 기준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 “무죄추정 원칙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형사절차상 이 사람이 범죄자로 취급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지 범죄 혐의를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게 아니란 점에서 오해되고 있다”며 “기소 후 1회 공판까지 몇 개월이 걸리기도 한다는 점에서 기소 직후 공소장 공개가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을 실명으로 인터넷에 공개하고, 누구나 열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법무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로 알려진 송철호 울산시장 등 여권 인사 관련 사건에서부터 공소장 공개 제한을 걸면서 시민단체를 비롯한 외부 비판이 많았다. 참여연대는 “법무부가 내놓은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라는 비공개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 없다”며 “기존 관례와도 어긋나고 국민의 알권리와 이 사건에 대해 판단할 기회를 제약하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논평을 내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법무부가 원칙을 내세운 이후에도 사건마다 공소장 공개 시점이 달랐다는 점이다. 특히 현 여권 인사 관련 사건의 경우 공개에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1회 공판이 열리고서도 알려지지 않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 사건의 경우 기소 후 11개월 만에 열린 1회 공판 후 한 달도 더 지나서야 공소장이 공개됐다. 기소 후 1년도 더 지나서야 공소장이 알려진 셈이다.

친정권 성향으로 평가받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관련 사건 공소장을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검사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는 일도 생겼다. 설령 공소장 유출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를 과연 범죄로 볼 수 있냐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공수처는 정식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고검장 사건 공소장 편집본 유출 경위 논란이 불거진 뒤 공수처가 당시 수사팀 검사들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 고검장의 공소사실 편집 파일이 수사팀 검사가 아닌 이 고검장 측근 검사장 PC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더 키웠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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