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미일 정상회담 3대 의제..中억지·日방위력강화·경제안보

바이든과 기시다 (브뤼셀 교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걸으면서 대화하고 있다. 두 정상은 정식 회담이 아닌 서서 대화하는 방식으로 단시간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2022.3.25 photo@yna.co.kr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오는 23일 도쿄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선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에 대한 견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 기간(22~24일) 출범 선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도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강하다.

아울러 일본의 방위력 강화와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비롯한 경제안보 협력도 미일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공식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中 억지’ 공동성명 반영 조율…日, IPEF 참여 표명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번 미일 정상회담 후 발표될 공동성명에 중국의 행동을 공동으로 ‘억지해 대처한다’는 방침을 명기하는 것을 놓고 양국이 조율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워싱턴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이 언급된 바 있다.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관련 내용이 들어간 것은 52년 만이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대만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의 안정을 저해하는 행동을 ‘억지'(deter)하고 미일이 협력해 ‘대처'(respond)한다는 더 강한 표현이 들어가는 방향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교도통신도 미일 정상은 오는 23일 회담에서 동중국해와 대만해협 관련 협력 강화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연관 지어 발표한다는 방침을 굳혔다면서 관련 내용을 “공동 문서(성명)에 명기하는 방향”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IPEF에 참가할 것을 표명한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동맹, 파트너 국가를 규합해 추진하는 일종의 경제협의체다.

중국이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는 데 대한 ‘대항마’ 성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기자들과의 화상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일본 방문 기간에 IPEF 출범을 선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팔꿈치 인사 나누는 미일 정상 (도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작년 11월 2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P26)가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트위터 사진 갈무리]

기시다, 일본 방위력 강화 바이든에게 설명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근본적인 방위력 강화’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이른바 ‘적 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 관련 검토 상황을 설명한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앞서 집권 자민당은 5년 내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방위비(현재 GDP의 1% 수준)를 증액하고 ‘적 기지 공격 능력’의 명칭을 ‘반격 능력’으로 변경해 보유할 것을 지난달 27일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자민당이 당시 기시다 총리에게 제출한 ‘새로운 국가안전보장전략 등의 책정을 향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보면 “중국의 군사 동향 등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지역과 국제사회의 안전보장상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중국을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외교청서와 방위백서 등 일본 정부의 기존 공식 문서에선 중국의 군사 동향에 대해 ‘안전보장상 강한 우려’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자민당의 제언을 계기로 일본 정부의 견해가 달라질지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국가안전보장전략, 방위계획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안보 전략 문서를 개정할 계획이다.

안보 전략 문서 개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원거리 타격수단의 보유 등을 의미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과 방위비 확충 등 일본의 방위력 강화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안보 전략 개정과 관련해 동맹국인 미국과 긴밀히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선 양국이 연내 각각 결정하는 국가안보전략의 연동성을 높인다는 내용이 공동성명에 담길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전날 각의(우리의 국무회의 격)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과 관련해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지키는 ‘집단 자위권’으로도 행사 가능하다는 답변서를 채택했다고 도쿄신문이 보도했다.

일본은 제2차 아베 신조 정권 시절 헌법 해석을 변경하고 안보 법제를 손질해 동맹국인 미국을 위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 바 있다.

육상자위대 사열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 (도쿄 교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작년 11월 27일 도쿄에 있는 육상자위대의 아사카주둔지에서 병력을 사열하고 있다. 2021.11.27 hojun@yna.co.kr

반도체 공급망 강화…경제 각료 ‘2+2 회의’ 조기 개최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선 경제안보 현안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공동성명에는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경제 각료 협의체인 ‘2+2 회의’ 조기 개최와 관련한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있다.

양국은 특히 경제안보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반도체 분야에서 개발·생산·조달 체계의 강화를 중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달 4일 미국 방문 중 러몬도 상무장관을 만나 반도체 연구개발과 공급망 강화에 양국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양국은 2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최첨단 반도체 등의 공동 연구를 위해 워킹그룹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일의 경제안보 협력에도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산케이신문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희토류 등 중요 광물의 안정 공급을 위해 ‘광물자원 안전보장 파트너십’을 창설하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이 협의체에는 미국과 일본, 호주, 캐나다 등 10개국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산케이는 “중국에 중요 자원의 조달을 의존하는 공급망을 재검토해 경제안보 측면의 리스크를 낮추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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