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김동연-유승민 경기 대전(大戰)?.. 넘어야 할 산들

[이경태 기자]

6.1 지방선거가 사실상 시작됐다. 신호탄은 ‘포스트 이재명’을 가리는 경기도에서 올랐다.

여야 중진급 의원들이 출마선언을 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합당 논의를 진행 중인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와 국민의힘 대선경선에 나섰던 유승민 전 의원이 31일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만약 두 사람의 본선 대결이 성사된다면, 경기지사 선거는 이른바 차기 대권을 향한 ‘예비고사’ 성격까지 띠게 된다. 

경기지사 선거가 최대 격전지로 부각된 배경에는 대선 결과가 깔려있다. 

애초 6.1 지방선거는 대선 직후 치러지는 만큼 이른바 ‘허니문 효과’로 인해 대선에서 이긴 정당이 무난히 승리하리라는 관측이 정치권 안팎의 정설이었다.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2008년 18대 총선 때 친박(친박근혜) 학살 공천 내홍을 겪고도 전체 299석 중 153석을 석권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설은 어디까지나 과거 경험으로 인한 가설일 뿐, 현재 상황은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예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선이 초박빙으로 끝났고, 대선 이후 약 3주가 지나는 동안 윤석열 당선자 측의 행보에 여론의 반응이 과거처럼 호의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경기도는 이재명 전 후보의 정치적 고향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대선 당시 경기도 지역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후보에게 46만2810표(5.32%p) 차로 패했다.

민주당에게 경기도는 훗날을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지역이다. 반면 그만큼 국민의힘으로서는 꼭 탈환해야 하는 지역이다. 대선이 막을 내린 지 1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다시 대선주자급들이 선거판에 등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내기반 취약한 김동연] ‘권리당원 50%’ 경선룰 변경 쟁점화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6·1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김동연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 모두 일단 당내 경선을 돌파하는 게 1차 관문이다.  

일단, 민주당에서는 모두 경기도에서 잔뼈가 굵은 중량급 인사들이 출전한다. 2010년부터 내리 3선을 연임한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나 5선의 조정식(경기 시흥을)·안민석(경기 오산시) 의원이 경기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통상 ‘권리당원 50%+여론조사 50%’로 치러지는 민주당의 광역단체장 경선룰을 감안하면, 당내 기반이 취약한 김 대표의 입장에선 경선 돌파가 그리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이날 출마 기자회견 후 관련 질문을 받고 “모든 것을 쿨(cool)하게,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면서도 “권리당원 50% 룰 때문에 바깥에서 온 사람은 (경선에서) 불공정하단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우선 민주당부터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정치교체 의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 지도부가 경선룰 변경에 대해 결단해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한 경쟁자들의 반응은 따갑다. 같은 날 출마를 선언한 안민석 의원은 따로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주인이자 근간인 당원참여를 배제하려는 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며 “입당을 결심하셨으면, 민주당과 민주당원에 대한 애정과 예의를 갖춰주시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염태영 전 시장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 대표의 경선룰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며 오해의 소지를 남기는 것”이라며 “경선룰을 두고 우리 당 예비후보 간 기싸움을 할 시간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당헌, 당규에 따른 경선룰 대로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지역 연고 없는 유승민] 만만찮은 전략공천 반대 목소리
 
 유승민 전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을 한 후 취재진의 질의를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보다 앞서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심재철·함진규 전 의원 등으로부터 더 노골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2008년 총선 때부터 대구 동구을을 지역구로 체급을 키워왔던 유 전 의원이 특별한 연고가 없는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것은 오직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목적 뿐이란 힐난이다. 특히 유 전 의원이 당의 거물급 차출론에 기대어 출마를 선언한 만큼, 경선이 아닌 전략공천을 통해 본선 후보가 결정되는 것을 극히 경계하고 있다. 

심재철 전 의원은 31일 입장문을 통해 “유승민 전 의원은 반드시 경선에 참여해 당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에 도전했다면 그 경위, 과정, 결과와 무관하게 정치 거물이라고 칭할 수 있는가”라면서 유 전 의원을 이회창·박근혜 등 당내 대주주와 편한 지역구에서 경륜을 쌓은 인물로 규정했다. 

특히 유 전 의원에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주도 및 바른정당 창당 등 과거 보수 분열에 대한 책임도 있다면서 “대선 막바지 모든 당원과 경선 후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윤석열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했지만, 유 전 의원만 소극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즉, 유 전 의원을 ‘배신자’이자 ‘윤심(尹心 : 윤석열 당선인의 의중)’과도 거리가 먼 후보로 규정한 셈이다. 

재선 출신으로 경기도당위원장을 지낸 함진규 전 의원은 지난 29일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경기도는 대선 주자들의 연습장이 아니다”, “어디에 주소지를 둘지 동네 이름도 모르는 대선 주자들이 나온다는데, (대권에 나섰던) 역대 도지사들이 도정에 성공했나”라면서 유 전 의원 등의 등판을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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