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거북이·타조 이어 연산군까지..’검수완박’에 검찰 ‘부글부글'(종합)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국기게양대에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2021.10.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수사 완전박탈) 법안 강행추진 움직임에 일선 지방청도 술렁이고 있다. 대검찰청이 8일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자 대구지검이 가장 먼저 회의를 소집해 대검에 힘을 실었다.

대구지검이 포문을 열면서 전국 검찰청 차원의 추가 행동도 예상된다. 이날 오후로 예정된 전국고검장회의 결론에 따라선 평검사회의 등이 잇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구지검(지검장 김후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3시간에 걸쳐 대구지검 본청 및 8개 지청(대구서부·안동·경주·포항·김천·상주·의성·영덕)의 검사장 지청장 전원, 검사·과장 이상 전 구성원 약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간 화상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민주당의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부작용과 우려의 의견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개정법 시행 1년여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성과와 부작용이 분석도 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다른 법을 1개월만에 만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기존 제도가 안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를 또 추진하는 것에 반대한다” 등 의견이 잇따랐다.

특히 “검찰의 권한축소를 넘어 사법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장치마저 제거한다는 것”, “정치적인 상황 하에서 추진되고 있는 점이 염려된다”, “정파적 입장에 따른 졸속 추진임을 국민들께 소상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등 강력한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검은 이날 논의내용을 모아 대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춘천지검도 평검사회의를 준비 중이고 대전지검도 다음주 초 회의를 소집해 의견수렴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지검 등 다른 지방청에서도 회의 개최 여부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 뒤숭숭한 분위기는 이날 오후 예정된 전국고검장회의 결과에 따라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사장급 고위직에서도 거친 반발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노정환 대전지검장은 이프로스에 ‘연산군과 검수완박’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선시대 연산군의 애첩인 장녹수가 이웃집을 뺏었다가 사헌부에 적발이 됐는데, 연산군은 사헌부 수장을 비롯 간부들을 체포하고, 사헌부는 물론 홍문관과 사간원을 모조리 폐지했다”며 “주권자이신 국민이 잘 지켜보고 있다면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격앙된 분위기 속 검찰 수뇌부의 대응방향이 소극적일 경우 일선 청이나 평검사회의 등이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검찰 일각에선 조직적 반대 움직임이 오히려 국민여론의 반발을 불러와 역풍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46·사법연수원 32기)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전산망 이프로스에 ‘검수완박 법안 관련 상황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포문을 열었다. 권 과장은 현재 검찰수사권의 핵심 실무 담당자이다.

권 과장은 “개국 이래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을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이라며 “우리 검찰구성원 모두 관심을 갖고 저희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는 “부는 바람을 등에 맞고 유유히 앞으로 나가면서 ‘왜 너는 느리게 가느냐’라고 비웃으실 때는 언제이고, 바람이 앞에서 역풍으로 부니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마냥 사라져 버리시는 분들을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며 검찰 수뇌부를 성토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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